“법사위가 국회의원 상위기구냐”…與 내서도 일방독주에 부글부글 [사법개혁 논란]

정책 의총서 법안 강행처리 비판

‘내란재판부 법안’ 법사위 통과 등 놓고
당내 “의견수렴 약속 어겨” 쓴소리 나와
추미애 등 출마설… “자기 정치” 비판
“의원총회(의총)에서 내란전담재판부를 다시 논의하기로 해놓고, 그사이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법안을 통과시켜버리는 게 말이 되나.”

 

더불어민주당이 8일 국회에서 개최한 정책 의원총회에서 이 같은 비판이 터져 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내란전담재판부 법안에 대한 위헌 우려에도 불구하고 당내 총의를 모으지 않은 채 강행처리했다는 지적이다. 내란전담재판부를 계기로 법사위의 입법 독주에 대한 당내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6차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법사위가 지난 3일 전체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 법안을 통과시킨 것을 두고 “법사위가 약속을 어겼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앞서 지난 2일 의총에서 민주당은 8일 정책의총을 열고 내란전담재판부의 위헌 논란과 관련한 당내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하지만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정책의총이 열리기 전, 전체회의를 열고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수도권 한 의원은 통화에서 “원래 오늘 논의하기로 했는데, 논의하기 전에 통과시킨 건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 내란전담재판부 관련 의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판이 걸려 있어서다. 내란전담재판부의 위헌 논란으로 윤 전 대통령 재판이 무효가 된다면 민주당과 함께 정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상임위인 ‘법사위’를 넘어 ‘당’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한 의원은 “법안을 법사위에 올리기 전에 의총을 해서 합의를 이뤘어야 하는데, 순서가 잘못됐다”며 “법사위가 의원들의 상위 기구인가”라고 했다.

 

법사위와 지도부는 의총에서 긴밀한 상의를 거쳐 법안을 추진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의원들 사이에서는 “과정도 공유됐어야 한다”는 반론이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지도부와 법사위는 긴밀하게 소통하며 진행했다고 설명했는데, 법사위 전체회의에 올리는 과정에서라도 의견을 수렴하는 기회가 한두 번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도부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당의 입장을 모으고 조율하는 건 지도부 역할”이라며 “지도부가 개별 상임위에서 논의하는 내용과 지지자, 국민, 의원 여론을 종합적으로 읽어야 했는데, 오판했다”고 말했다.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등 사법개혁안의 본회의 상정 일정을 논의했으나 위헌 소지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자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아 결론을 미루기로 했다. 연합뉴스

“그동안 쌓여온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법사위의 ‘독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당 법사위원들은 지난달 20일 지도부와 상의를 거치지 않은 채 ‘대장동 항소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해 이재명 대통령의 해외 순방 성과를 가린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뒷감당은 거기(법사위)에서 해야 할 것”이라며 불쾌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지난 9월 법사위가 추진한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친명(친이재명)계 핵심으로 불리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급발진”이라고 표현하며 “마치 국회에서 법사위가 모든 정치를 대변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향후 선거를 위해 자기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경기지사 출마가 유력하게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22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 후보군으로도 거론된다. 법사위 간사인 김용민 의원도 경기지사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법사위원인 서영교 의원과 전현희 의원은 당 서울시장 경선 출마 가능성이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