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규제 개선 방안’ 발표 합법 정보, 요건 충족 경우 한정 모자이크 처리 등 없이 학습 가능 가공 시간·비용 증가 문제 해결
정부가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원본데이터를 학습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합법적으로 수집된 개인정보에 한해 요건을 충족하면 원본데이터를 가명 처리 없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이다.
장주연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구조개선정책과장이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는 혁신성장을 제약하거나 신규사업자의 시장진입을 저해한 규제를 개선하기 위한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방안’을 8일 발표했다. 공정위는 매년 시장분석 결과와 정책 수요자, 전문가 의견 등을 바탕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은 데이터는 모자이크 처리 등을 거쳐 당사자를 식별할 수 없도록 가공한 뒤에만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가공된 데이터가 기술력 향상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원본데이터를 학습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는 특례를 마련하기로 했다. 합법적으로 수집된 개인정보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활용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이다. 장주연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과장은 “가령 자율주행차와 관련해 보행자가 걸어가면서 바라보는 시선이 어느 방향인지 등의 정보를 모자이크한 상태에선 분별이 어려웠다”며 “이런 부분에서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개인정보 남용 피해를 막기 위해 요건은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AI 기술개발이 사회적 이익 증진을 목적으로 해야 하고, 익명이나 가명으로 개발했을 때 어려움이 있는 경우에 한한다. 또 정보의 주체나 제3자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현저하게 낮은 경우에 안전장치를 강화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나 SKT 등의 해킹사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개인정보 추가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공정위는 “원본데이터의 활용을 무조건 허용하려는 취지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장 과장은 “엄격한 요건하에서만 허용할 것”이라며 “데이터 접근 권한은 최소화하고, 연구 목적이 끝나면 데이터를 완전히 파괴하는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상태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