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법원장들이 더불어민주당이 연내 처리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비상계엄 전담재판부 설치, 법왜곡죄 신설 등 법안 등에 대해 위헌성을 지적한 지 사흘 만에 전국 법원의 법관 대표들도 두 법안이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법관대표회의(전법대)는 8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제2회 정기회의를 열고 “비상계엄과 관련된 재판의 중요성과 이에 대한 국민의 지대한 관심과 우려에 대하여 엄중히 인식한다”며 “다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비상계엄 전담재판부 설치 관련 법안과 법왜곡죄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형법 개정안에 대하여는 위헌성에 대한 논란과 함께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므로 이에 대한 신중한 논의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5월1일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상고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여권을 중심으로 각종 사법개혁 법안이 추진된 이래 전법대가 현안에 대해 입장을 낸 건 사실상 처음이다.
이날 회의는 법관 대표 구성원 126명 중 정족수인 과반수(64명)를 넘는 84명 이상이 참석해 개회했다. 비상계엄 전담재판부 설치 등에 대한 안건은 재석 79명 중 67명의 찬성, 반대 10명으로 입장을 표명하는 의안이 가결됐다. 두 법안 관련 안건은 현장에서 추가로 상정됐으나 논의의 시급성에 따라 입장표명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및 법왜곡죄 신설을 둘러싼 위헌 논란에 “각계 의견을 더 청취하고 논의를 숙성시키겠다”며 숨 고르기에 나섰다. 이들 법안 처리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법조계와 국민의힘에 이어 조국혁신당까지 위헌성을 주장하고 나서자 자칫 ‘내란 청산’ 전선이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당 내부에서 분출하면서다. 당 지도부가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는 데 대한 현역 의원들의 불만도 의식한 조치다. 그러나 여당이 해당 법안들의 연내 처리 방침엔 변함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함에 따라 이를 저지하려는 국민의힘 주도의 연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정국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내란전담재판부와 법왜곡죄 추진에 대한 의원들의 견해를 약 2시간 동안 청취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에 대해 주로 논의한 결과 전문가 자문과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다음 의총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이 발의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선 이의가 없었다고 한다. 이 법안은 내·외환죄 사건 재판의 경우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이뤄져도 형사재판은 중단 없이 진행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