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일명 ‘연어·술파티 회유’ 의혹을 조사하는 검찰이 안부수(사진) 아태평화교류협회장 등의 구속영장에 핵심 내용인 ‘진술·증언 번복’ 관련 내용은 적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안 회장 등의 영장에는 대신 “사무실 임대료와 딸 허위 급여 등 1억원을 쌍방울 측으로부터 불법 수수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는 쌍방울 방용철 전 부회장과 박모 전 이사, 안 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했다. 검찰은 방 전 부회장 등이 안 회장의 사무실 임대료 7280만원을 대신 지급했다고 영장에 기재했다. 아울러 안 회장 딸이 쌍방울 계열사에 취업한 것처럼 꾸민 뒤 허위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2705만원을 건넸다고도 적었다. 안 회장의 변호사비 500만원 상당을 쌍방울 측이 대신 납부했다는 내용도 각주에 담았다. 이들의 금전 거래는 모두 쌍방울 회삿돈을 유용해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방 전 부회장에게 업무상 횡령 혐의를, 안 회장에게는 횡령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검찰은 박 전 이사가 지난해 5월17일 수원고검 조사실에 소주를 반입했다고 보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소주가 아닌 물인 것처럼 방호 직원을 속여 정당한 공무 집행을 방해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에게 제공된 연어와 술이 쌍방울 법인카드로 결재돼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 업무상 배임 혐의도 영장에 추가했다.
다만 검찰은 이들의 범행에 “진술·증언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진술을 어떻게 바꾸려고 했는지, 실제 진술 변경이 있었는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검찰은 영장 범죄의 중대성 부분에도 “안 회장의 진술과 증언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떠나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범죄를 저질러 사법 질서를 저해했다”고만 적었다.
안 회장은 2022년 11월 대북송금 사건으로 처음 구속됐다. 이후 이듬해 1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송금 재판에 출석해 “(대북송금 관련) 경기도와의 연관성은 잘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3개월 뒤 재판에선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 비용을 쌍방울그룹에서 북한에 전달한 사실을 아느냐’는 검찰 질문에 “북측에서 (이 지사 방북 비용으로) 500만달러를 요구했다가 200만달러인지 300만달러로 낮췄다는 얘기를 북측 인사에게 들었다”며 기존 증언을 뒤집었다. 안 회장은 올해 2월 2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안 회장 등에 대한 신병을 확보한 뒤, 경제적 이득의 대가로 진술·증언 번복을 종용받았는지를 살펴볼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의혹의 ‘본류’인 진술 회유·번복 의혹에 대한 명확한 소명 없이 배임·횡령 등 혐의로 주요 피의자들의 신병을 확보하는 게 사실상 ‘별건 수사’ 아니냔 비판도 제기된다.
안 회장 등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10일 오전 10시10분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방 전 부회장과 박 전 이사, 안 회장 순으로 진행된다.
서울고검 TF는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진술 회유가 있었다는 의혹을 규명하고자 출범했다. 지난해 4월 이 전 부지사가 법정 증언을 통해 검찰의 연어·술파티 회유가 있었다고 폭로하면서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수원지검 수사팀은 자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진실 공방이 이어졌다. 법무부는 지난 9월 진상조사에서 실제 술과 음식 등이 제공된 정황을 확인했다며 감찰 착수를 지시했다. TF는 감찰 과정에서 범죄 단서를 포착, 수사로 전환했다. TF는 지난달 5일에는 쌍방울 계열사인 비비안 본사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