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개나 팔렸다는데…아직도 못 먹어봤어요?”

프리미엄 라면 시장 뒤흔든 ‘삼양 1963’…출시 한달만에 700만개 판매 돌파

국내 라면 시장에 또 한 번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삼양식품이 지난달 선보인 프리미엄 국물 라면 ‘삼양 1963’이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700만개를 넘어섰다.

 

‘삼양 1963’은 단순히 신제품의 성공을 넘어 국내 프리미엄 국물 라면 시장이 본격 성장하는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많다. 게티이미지

기존 대표 제품인 삼양라면(오리지널)의 월평균 판매량의 80%를 웃도는 수준으로, 프리미엄 제품군으로서는 이례적인 흥행 속도다.

 

◆‘우지 유탕’의 현대적 재해석…“라면 원류의 감성 되살리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삼양 1963은 기존 삼양라면보다 가격이 약 1.5배 높은 프리미엄 제품이다. 제품명 ‘1963’은 한국 최초 라면인 ‘삼양라면’이 출시된 해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라면의 원류를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브랜드 헤리티지 프로젝트인 셈이다.

 

이번 제품의 핵심 차별화 포인트는 ‘우지(牛脂)’ 유탕 공정의 재해석이다.

 

삼양식품은 전통 방식 그대로 우지를 사용하되, 식물성 기름인 팜유와 적절히 혼합해 풍미는 살리고 부담은 줄인 튀김 공정을 구현했다.

 

면을 튀기는 과정에서 우러나오는 고소한 향미를 사골 육수 베이스 국물과 결합해 깊고 묵직한 맛을 완성했다.

 

여기에 무·대파·청양고추를 더해 기름진 맛을 잡고 ‘깔끔한 끝맛’을 구현함으로써 프리미엄 국물 라면의 기준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리미엄 국물’ 라면 시장 노린다

 

삼양식품은 그동안 ‘불닭볶음면’ 시리즈에 성장세가 집중되면서 제품 포트폴리오의 쏠림 현상을 겪어왔다.

 

이번 ‘삼양 1963’은 불닭 의존도를 낮추고 프리미엄 국물 라면 카테고리로 확장하기 위한 전략적 제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업계에서는 이번 흥행이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라면 시장이 전체적으로 성숙 단계에 진입한 만큼, 프리미엄 제품군이 새로운 성장축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출시 한 달 만에 700만개 판매는 프리미엄 라면 시장에서 보기 쉽지 않다”며 “이는 소비자가 ‘비싼 이유가 있는 제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양식품이 불닭 위주에서 벗어나 포트폴리오를 넓히려는 전략이 효과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프리미엄 국물 라면 시장은 그동안 치열하지 않았지만, 이번 흥행을 계기로 경쟁이 상당히 뜨거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양 1963’ 팝업스토어에서 방문객들이 라면을 맛보고 있는 모습. 삼양식품 제공

우지와 팜유 혼합 유탕 공정은 전통성·풍미·건강성의 균형을 맞추려는 기술적 시도가 돋보인다는 평가다.

 

동물성 기름의 특유의 향미를 유지하면서도 현대 소비자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조율한 점이 흥미롭다는 것이다.

 

사골 국물에 무·대파·청양고추를 조합한 구성은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개운한 마무리’를 잘 잡아냈다. 단순히 고급 원재료를 넣은 게 아닌 맛의 구조를 설계한 제품에 가깝다.

 

◆전문가들 “‘가성비’ 시대 끝났다”…韓 라면 시장, 새로운 판 열리나

 

한 브랜드마케팅 전문가는 “‘삼양 1963’이라는 제품명 자체가 강력한 스토리”라며 “한국 라면의 역사를 담고 있다는 상징성은 프리미엄 감성과 완벽하게 맞물린다”고 말했다.

 

이어 “출고가가 기존 제품 대비 1.5배인데도 빠른 흥행을 기록한 것은 소비가 ‘가성비’보다 ‘가심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삼양식품이 프리미엄 감성 마케팅을 선점한 셈”이라고 부연했다.

 

프리미엄 라면은 선물용·경험 소비용으로도 수요가 늘고 있다. 삼양 1963의 판매 흐름은 신제품 효과를 넘어 카테고리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온라인 채널 반응이 빠른 편이다. 이는 20~40대 핵심 소비층이 프리미엄 라면을 ‘취향 소비’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라면 맛뿐 아니라 브랜드의 헤리티지·스토리·패키징 감성이 모두 작용해 ‘나만의 취향 라면’을 찾는 최근 소비 트렌드에 정확히 부합했다”고 호평했다.

 

‘삼양 1963’은 단순히 신제품의 성공을 넘어 국내 프리미엄 국물 라면 시장이 본격 성장하는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많다.

 

삼양식품이 불닭 이후 또 하나의 히트 브랜드를 만들어낼지, 프리미엄 시장이 어떤 경쟁 구도를 형성하게 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