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내 동료가 돼라.”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 주인공 ‘루피’가 사용하는 대사다. 전 세계를 여행하다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말한다. 세계를 휩쓴 Z세대 반정부 시위대가 흔든 원피스의 ‘해적깃발’을 따라가다 이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뜬금없이 애니메이션 대사를 언급하는 이유는 한국에 대한 미국, 중국, 일본의 태도와 같아서다. 미·중·일 저마다 이익을 위해 한국에 “내 동료가 돼라”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선택은 한국의 몫이겠지만, 각국이 경쟁과 협력, 갈등과 화해 관계가 얽히고설켜 있어 아주 곤란한 처지다.
일본은 중국과의 갈등에서 미국이 일본을 지지해주길 바라고 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와의 통화에서 대만 문제로 중국을 자극하지 말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일본은 주미일본대사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에 “다카이치 총리에 더 많은 지지를 표명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한국에 대해서도 자극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모습이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요 20개국(G20) 등 외교 무대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이 대통령에게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각국이 필요에 따라 한국에 기대하는 바가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미·중 관계든, 중·일 관계든 ‘잘 관리하겠다’고 한다. 이재명정부의 ‘국익외교’ 기조를 보여주는 것이다. 한쪽 편을 들 수 없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한발 더 나아가 한국이 해야 할 일은 여러 시나리오에 따른 전략을 세우고 대비책을 세워두는 것이다. 한국은 선택을 해야 할 수도, 어쩌면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 어떤 선택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따라오는 결과도 있을 수 있다. 지금 동북아 안보 상황은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크다. 북한 핵뿐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직면한 과제는 다층적이다. 중국의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제재 시도와 중·일 갈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침묵 사례에서 보듯 피아(彼我)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선택에 따라 한국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모를 일이다.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