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아가 올해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그제 오후 본회의에서 정면 충돌했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첫 주자로 나선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과 우원식 국회의장 간 신경전이 결국 몸싸움으로 번졌다. 우 의장이 의제와 관련 없는 발언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했다며 13분 만에 나 의원의 마이크를 끄도록 조치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연단으로 몰려나와 고성을 지르며 거세게 항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야유를 보내며 아수라장이 됐고, 우 의장은 정회를 선포했다.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 방문차 국회의장실로 밀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국회 관계자와 몸싸움이 벌어졌다. 어제부터 시작된 임시국회에서도 이런 극한 대치가 이어질 게 뻔한데 참담한 심정이다.
우 의장은 의제와 관련 없거나 허가받은 발언의 성질과 다른 발언은 해서는 안 된다는 국회법 102조를 들어 필리버스터를 중단시켰는데,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앞서 1964년 4월20일 이효상 의장이 당시 김대중 의원의 필리버스터(5시간19분) 중 마이크를 끈 바 있다. 몇 차례 지적에도 필리버스터 대상인 가맹사업법 개정안과 큰 관련이 없는 주장을 이어간 나 의원도, 이에 발끈해 61년 만에 필리버스터를 강제 중단시킨 우 의장도 국민 눈높이에선 도긴개긴이다. 사실 과거 민주당 계열 의원들도 의제에서 벗어나 시나 소설책을 낭송하고, 노래를 부르다가 의장의 제지를 받은 바 있다. 그렇더라도 마이크까지 꺼지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