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설치 서해구조물 16개… “주권확장 노린 회색지대 전술”

美싱크탱크 CSIS 분석

2018년부터 부표·양식장 등
‘한·중 어업협정’ 위반 지적해
“남중국해 섬 군사화 전략 유사
美, 한국의 문제제기 지지해야”

중국이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 내 허가 없이 구조물을 설치해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려는 전술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강력한 조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빅터 차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9일(현지시간) CSIS의 북한 분석 전문 사이트 ‘비욘드 패럴렐(분단을 넘어)’에 올린 글에서 중국의 행위에 대해 “미국은 인도태평양 파트너들을 겨냥한 중국의 회색지대 전술로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회색지대 전술은 무력 충돌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비군사적 수단을 활용해 상대를 약화하는 강압적 행위를 의미한다.

 

이에 따르면 중국은 ‘(민간) 심해 어업양식 장비’라며 연어 양식시설인 선란 1·2호를 각각 2018년, 2024년에 PMZ 중심선 기준 중국 측 수역에 설치했다. PMZ는 한·중이 서해상 해양경계획정 협상을 진행하던 중 어업분쟁 조정을 위해 2000년 한·중 어업협정을 체결하면서 양국의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곳에 설정한 수역이다. 중국은 2022년엔 ‘심해 양식 관리 보조 시설’이라는 명목으로 ‘애틀랜틱 암스테르담’이라는 구조물을 설치하기도 했다. 관리 시설엔 헬기 이착륙장과 수 명의 인원이 일시 체류가 가능한 시설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부터 PMZ 안팎에 설치된 중국 측 부표가 13개에 달한다.

 

차 석좌는 중국이 한국과의 사전 협의 없이 선란 1·2호와 애틀랜틱 암스테르담을 설치한 것에 대해 “PMZ 내 영구 시설물 설치를 금지하는 한·중 어업협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해에서의 중국의 행보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섬이나 암초 등을 군사화할 때 사용한 ‘점진적 주권 침해’ 회색지대 전술과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소규모 민간 시설(어업·연구 등)을 설치한 뒤, 시설을 단계적으로 확장해 지역 점유를 기정사실화한 뒤 법·행정 조치로 추인하는 방식을 써 왔다. 각 단계만 놓고 보면 분쟁 촉발 요건에 딱 들어맞지 않아 주변국의 군사적 대응 명분을 약화시키지만, 시간이 지나면 분쟁 수역의 실질 지배를 중국 쪽으로 기울게 만든다.

 

이와 함께 중국은 PMZ 내에 일방적으로 항행 금지구역을 선포했다. 중국은 지난 5월 PMZ 일부 해역을 선박 출입을 금지하는 항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하고 자국의 최신예 항공모함인 푸젠함을 동원한 해상 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또한 중국은 이러한 구조물을 PMZ 외부로 옮기라는 한국의 요청을 반복적으로 거부했을 뿐 아니라, 한국의 접근조사도 방해했다. 2020년 이후 중국의 행위를 조사하려는 한국 선박의 노력 135건 중 27건이 중국 해안경비대에 의해 차단됐다. 앞서 CSIS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산하기관의 해양조사선 온누리호와 한국 해경은 지난 2월과 9월 PMZ 내에 있는 선란 1·2호에 대한 점검을 시도했으나, 중국 해경 함정 두 척이 양쪽에서 온누리호를 에워싸며 접근하며 대치한 바 있다. 당시 중국 함정은 구조물 주변을 따라 15시간 동안 한국 측 선박을 추적했으며, 가장 가까울 때 거리는 3㎞에 불과했다.

 

차 석좌는 “중국이 한국 선박을 (추적하며) 괴롭히는 행위는 어업협정이나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대한 기술적 위반은 아니다”면서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은 공공 활용 및 분석을 위해 중국 구조물의 좌표를 공개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며 “미국은 중국이 PMZ 협정을 일방적으로 위반했다는 한국의 주장을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