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에서 80대 노인이 주택 화재로 숨진 사고와 관련해 소방 당국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자동 화재감지기가 작동했는데도 소방 상황실의 오판으로 출동이 12분 넘게 지연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전북소방본부는 즉각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11일 전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0시41분쯤 김제시 용지면의 한 단독주택에서 응급안전안심서비스(화재감지기)를 통해 화재 신고가 119로 자동 접수됐다.
이에 소방 상황실은 곧바로 해당 주택으로 전화를 걸었고, 주민(80대·여)은 “불이 안 꺼진다”, “소리가 난다”며 발화의 위기 상황을 알렸으나, 상황실 근무자는 이를 감지기 불빛으로 해석해 즉각 출동 지령을 내리지 않았다.
이어 0시45분쯤에는 보건복지부가 주민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어 관할 소방상활실에 연락해 출동 여부를 확인했지만, 상황실은 이번에도 “기기 오작동 가능성이 있다”며 동일한 판단을 반복했다.
결국 소방 당국은 화재감지기가 작동한 지 12분이 지난 0시53분쯤 인근 주민으로부터 화재 발생 신고를 접수한 뒤에야 진화대를 출동시켰지만,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불길이 확산해 최성기에 이른 상태였다. 화재는 1시간 넘게 이어져 주택 88㎡가 전소됐고, A씨는 결국 주택 내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북도소방본부는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고령자·장애인 등 취약 계층의 생명을 보호하는 핵심 시스템인 응급안전안심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작동했음에도 상황실의 잘못된 판단으로 신속한 출동이 지연됐다”며 유가족에게 사과했다.
또한 “반복된 오작동 사례와 취약 계층과의 의사소통 어려움이 상황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며 엄정한 조사와 즉각적인 개선을 약속했다.
소방본부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 기준 응급안전안심서비스를 통한 119 신고는 총 9271건이며, 이 중 57%(5311건)가 오인·무응답으로 확인됐다. 상황실은 신고 접수 단계에서 화재감지기나 응급 호출기 등 4종 중 어떤 장비가 작동해 119로 신고됐는지를 119 상황실에서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도 드러났다.
소방본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신고 접수자 간 교차 확인 절차를 도입하고, 고령자·장애인 대상 의사 소통 이해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기 오작동과 신고 유형을 보다 세밀히 분석하고, 보건복지부와 협력해 시스템 재점검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전북도소방본부 관계자는 “이번 사고를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신속·정확한 현장 대응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