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대만의 과도한 ‘표기 생트집’

대만은 호부호형(呼父呼兄) 못 하는 홍길동 신세다.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이라는 국호가 있음에도 중화인민공화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에 막혀 제대로 사용 못 한다. 세계무역기구(WTO)에서는 ‘대만·펑후·진먼·마쭈개별관세영역’으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선 중화타이베이(Chinese Taipei)로 활동한다.

대만이 요즘 한국 전자입국신고서의 ‘CHINA(TAIWAN)’ 표기를 놓고 항의 중이다. 총통까지 조치를 요구했다. 들여다보니 오해거나 생트집이다. 전자입국신고서 사이트에는 세 군데서 ‘국가/지역’ 항목을 영어로 선택한다. 기본정보엔 TAIWAN이 있어 시빗거리가 없다. 대만 측은 입국, 출국 정보의 CHINA(TAIWAN)를 문제 삼는다.



그런데 CHINA 표기는 CHINA P. R, CHINA P. R(Hong Kong), CHINA P. R(MACAO), CHINA(TAIWAN) 4곳에 등장한다. CHINA(TAIWAN)와 달리 나머지 3개엔 명백히 중화인민공화국을 의미하는 CHINA P. R이 있다. CHINA P. R과 달리 China는 중립적이다. 대만 국호에도 China가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한 한국이 CHINA P. R이라는 표기를 사용 안 해 오히려 대만을 배려한 측면이 있다. 대만 당국과 매체는 CHINA(TAIWAN)를 사이트엔 없는 중문 표기인 ‘中國(臺灣)’으로 한역(漢譯)해 주민의 반한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KOREA(SEOUL)’를 ‘조선(서울)’으로 번역하는 식으로 있지도 않은 ‘갈등 현안’을 만든 셈이다.

1992년 단교 후 대만의 반한 감정은 여전하다. 대만 매체는 지금도 ‘대한민국’, ‘한국’ 대신 ‘남한’이라 쓴다. 현 대만 집권당인 민진당이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 민진당 정권이 반중 정서를 확산하기 위한 포퓰리즘 차원에서 반한 감정을 악용한다면 후폭풍을 피할 수 없다. 꾸준히 확대돼 온 민간·경제 교류의 흐름에 악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대만의 대외적 입지에도 불리할 수 있다. 자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