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분이 심화하며 당이 자중지란에 빠졌다. 최근 국민의힘 당무 감사위원회가 ‘당원게시판’(당게) 사건과 관련,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다. 당게 사건은 지난해 11월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원색적으로 비방하는 글 수백개의 작성자가 한동훈 당시 대표 및 그 가족이라는 의혹이다. 당무 감사위는 한 전 대표의 가족이 실제 글을 작성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러자 친한동훈계는 “개인정보 유출” “내부 총질”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당내에서 조용히 끝낼 일을 다시 끄집어내 갈등을 확대하는 형국이다. 한심하기 그지없다.
당내에선 장동혁 대표가 정치적 돌파구로 당게 논란을 활용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계엄 사과’를 강조하는 한 전 대표를 공격하고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려 한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앞서 지난 9일 당 공식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지금 우리 스스로 편을 갈라 공격하고 있다”며 쇄신 및 계엄 사과 요구를 일축했다. 이러니 당내에서 불만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게 당연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과 노선 변화 촉구에는 국민의힘 초선들에 이어 중진도 가세했다. 지난 5일 장 대표 면전에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꼴”이라며 쓴소리를 쏟아냈던 원조 ‘친윤’ 윤한홍(3선) 의원은 어제 “윤 어게인을 받아들여선 안 되고 비상계엄은 잘못된 것이라고 사과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지난 8일 6선의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폭정’이란 표현을 사용하며,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는 명백한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장 대표가 계엄 사과 및 윤 전 대통령과의 단절 메시지를 내지 않으면서 외연 확장을 요구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목소리는 묻히고 있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4%로,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해 12월 지지율(24%)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여당발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을 향한 민심이 여전히 싸늘하다는 방증이다. 내부 총질을 통해 강경 노선을 공고히 할수록 합리적 보수 지지층은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지금으로선 정국 주도권을 찾는 것은 고사하고 여당에 맞서기도 벅찬 상황 아닌가. 언제까지 쪼개져 사분오열할 텐가. 더 이상 분란이 계속된다면 국민의힘은 자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