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편 관련 의견을 수렴하고자 대법원이 연 공청회에서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이 ‘재판소원’ 도입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참여연대 설립 멤버로 집행위원장 등을 역임한 차병직 변호사는 또다른 쟁점인 법 왜곡죄 신설(형법 개정안)을 두고 “정치 형법”이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대법관 증원에 대해선 참석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법원행정처는 11일 법률신문과 함께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에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 3일차 행사인 종합토론을 진행했다.
문 전 재판관은 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재판소원) 도입과 관련해 “재판소원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독일은 인용률이 1% 안팎”이라며 “세계 최초로 헌법재판소를 설립한 오스트리아는 2012년 헌법을 개정하며 1심 행정법원 판결에 한해 재판소원을 허용했을 뿐, 민·형사최고법원, 행정재판소 판결에 대해선 재판소원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그는 “재판소원 문제는 장기과제로 논의하는 대신,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법 조항에 대한 법원의 해석 또는 적용에 한정해 위헌을 선언하는 결정)이 있을 경우 법원의 재심사유로 인정하는 헌재법 개정을 제안한다”고 했다. 차 변호사는 “재판소원 제도를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나서 헌법적 쟁점에 한정하면 헌법소원 사건 폭주를 막을 수 있다는 전망은 동의하지 않는다”며 “모든 사건을 헌법 쟁점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당이 추진 중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및 법 왜곡죄 신설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지낸 박은정 전 국민권익위원장(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은 내란전담재판부와 관련해 “사건 배당에 외부 인사가 관여하거나 정치권의 입김이 들어오는 특정 판사가 사건을 담당한다면 법 앞의 평등, 심급제, 공개 재판 등 기존 사법 절차에 대한 신뢰 관점에서 재판 당사자가 과연 승복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차 변호사는 “법 왜곡죄가 신설되면 형법 외에 국가보안법처럼 이상한 구성요건이 하나 추가된 정치 형법이 탄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과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이후 민주당의 사법개편 입법이 급속도로 추진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문 전 재판관은 “몇몇 사건 처리와 관련한 국민 분노는 이해한다”면서도 “분노는 사법개혁의 동력이 될 수 있지만 내용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대법관 증원 여부 및 증원 규모에 대해선 저마다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박 전 위원장은 하급심에 대한 신뢰 저하가 상고제도 개편 문제의 핵심이라며 “근본 해결책은 하급심 강화”라고 했다. 조재연 전 대법관은 대법관을 단기간 대규모 증원할 경우 법령 해석의 통일성 유지가 어려워지고 사실심이 약화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선수 전 대법관은 “민주당 백혜련 의원의 12명 증원안(3년에 걸쳐 4명씩 증원)에 찬성한다”며 “대법관 증원과 하급심 강화는 배치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