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필버’ 정국… 野 ‘禹 사퇴 촉구’ 결의안 제출

與 나경원·곽규택 징계안 맞대응
“마이크 끈 禹, 정치 중립성 의문”
禹는 “국회법 위반 눈 감나” 맞서

野, 내란재판부 설치 등 저지 총력
與, 필버 끝난 뒤 표결 강행 방침

국민의힘이 11일 열린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법왜곡죄 신설법 등을 ‘8대 악법’으로 규정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민생법안들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했다. 연말 임시국회가 여야 대치 속에 막을 내리는 일이 현실화할 전망이다.

 

여야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가맹사업자법 개정안, 연금개혁특별위원회 활동기간을 올해 말에서 내년 말까지 연장하는 안건을 각각 처리했다. 가맹사업자법 개정안은 가맹점주에게 적용되던 가맹본부의 불공정 행위 금지 조항을 가맹지역본부에도 확대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9일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필리버스터에 나서면서 법안 처리가 늦어졌다.

“또 마이크 끌건가” 피켓 등장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앞)이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장님 또 마이크 끄시게요?’라고 적힌 스케치북을 단상에 올려둔 채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하고 있다. 곽 의원의 뒤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뒷줄 가운데)가 우원식 국회의장(〃 오른쪽)에게 스케치북을 내려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나 의원이 상정된 안건과 무관한 발언을 이어간다는 이유로 13분 만에 마이크를 끄도록 했고, 이후 정회를 선포해 국민의힘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우 의장은 야당 주장을 의식, 이날 본회의에서 “국회법에 따른 합당한 조치였다”고 했다. 나 의원이 법안에 찬성하면서도 의제와 관련 없는 발언을 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선 “그대로 두고만 볼 수 없다. 의장에게 국회법 위반행위를 눈감으라고 요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맞섰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 의안과에 우 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민주당이 제출한 나경원·곽규택 의원 징계안의 맞대응 성격이다. 최은석 수석대변인은 “과거 민주당 의원들은 무제한 토론 때 소설을 읽거나 노래 부르는 추태를 부렸음에도 단 한 번도 의사 진행을 중지시키거나 마이크를 끈 사례가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1·2심 판결문을 공개하도록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에도 나섰다. 확정판결 전 하급심 판결문이 공개되면 사건의 자세한 사실관계가 노출돼 사건관계인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 반대 논리다. 필리버스터에 나선 국민의힘 곽 의원은 본회의장 단상에 오르며 ‘61년 만에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 방해한 곳’이라고 적힌 피켓을 노출시켰고, 우 의장은 “회의 진행을 방해하는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국회법을 본인이 계속 어기겠다고 하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판단하실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민주당은 야당 반대를 정면 돌파할 태세다. 민주당은 형소법 개정안을 비롯해 12일 은행법 개정안, 13일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을 차례로 상정한 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거쳐 표결 처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