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업무보고서 금산분리 완화카드 꺼낸 기재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재부 업무보고에서 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 분야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지주회사 지분 규제를 완화하는 특례규정을 만들겠다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기재부는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국내 자회사(지주회사의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한 규정을 50%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증손회사 ‘지분 100% 룰’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서 기업집단 총수 일가 등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다.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의 3단계까지는 허용하지만, 4단계의 증손회사에서는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기재부는 이 규정이 반도체와 같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규제를 완화해주겠다는 것이다.
업무보고에서 공개된 지주사 규제특례를 두고 정부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사실상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완화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외적인 금산분리 완화에 대해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라는 평가와 함께 금산분리의 취지에 비춰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나 중국 등에서는 대규모 투·융자가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는 많이 지체돼 있는 상황이다.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자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양준석 카톨릭대 교수(경제학)는 “한국은 기업집단 내 경영이 밀착된 ‘재벌’이 있어 금산분리를 추진할 경우 다른 국가에 비해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20년 성장엔진 장착” 150조 ‘국민성장펀드’ 출범…AI ‘1호 투자’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150조원 규모를 투입하는 국민성장펀드가 공식 출범했다. 정부는 펀드 운용의 핵심인 의사결정체계를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꾸렸다. 펀드의 1호 투자처로는 반도체나 인공지능(AI) 관련 사업이 유력하게 거론되며 이르면 연내 확정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산업은행에서 국민성장펀드 출범식과 1차 전략위원회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금융권 주요 인사와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부 등 관계부처 실무자들이 참석해 펀드 운용 전략을 논의했다. 이 위원장은 “세계가 생존을 건 산업·기술 패권전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국가역량을 총동원해야 하는 시기”라며 “150조원 펀드와 금융지주 등이 공개한 530조원 규모의 민간 생산적 금융이 합쳐져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민성장펀드는 반도체와 AI, 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 지원을 위해 향후 5년간 총 150조원을 투입하는 프로젝트다. 정부보증채 75조원에 민간자금 75조원으로 조성하고, 지원 방식은 직접투자(15조원), 간접투자(35조원), 인프라 투·융자(50조원), 초저리 대출(50조원)로 나뉜다. 이 중 초저리 대출은 산업은행이 역마진을 감수하며 2~3%대 금리로 자금을 공급하게 된다. 민관공동위원장은 이억원 위원장과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맡는다.
서 회장은 자신이 회사를 창업할 당시를 언급하며 “이 펀드는 젊은 창업가들에게 뒤에 조국이 있다는 믿음을 주는 기회”라며 “단순한 자금 공급을 넘어 성장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국가 프로젝트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150조원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연간 20% 수익률로 복리 효과를 내면 10년 뒤 570조원이 되는 거대한 기회”라며 “민간 전문가에 대한 보상 체계와 벤처자금 회수 활성화를 위한 토큰증권(ST) 기반 디지털 거래소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