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호 “세간 회자 진술한 적 없다…조심스럽다” 권성동 재판서 증언

윤영호 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세계본부장이 12일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자신의 발언으로 촉발된 ‘여야 정치권 로비’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팀 조사와 관련해 “지금 세간에 회자되는 부분도 제 의도하고 전혀…그런 진술을 한 적 없다”며 “그런데 그런 경우도 있고 그래서 좀 이게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윤 전 본부장은 구체적으로 어떤 진술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앞서 본인의 재판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장관급 인사들과 접촉했다고 진술했다. 특별검사팀 조사에서 여야에 모두 로비를 했다는 진술을 한 것과도 배치된다. 

 

윤 전 본부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는 권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윤 전 본부장은 권 의원에게 통일교 자금 1억원을 전달한 인물로 지목돼 업무상 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따로 재판을 받아 왔다. 지난 10일 특검은 윤 전 본부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달 28일 권 의원의 2차 공판에도 출석했으나 특검팀이 확보한 증거가 ‘위법수집증거’라고 주장하며 증언을 거부했다. 이날 진행된 반대신문에서도 권 의원 측의 질문에 선택적으로 답변했다.

 

권 의원 측이 ‘특별검사실에서 조사를 받았는데 그 당시에 분위기가 증인이 기억나지 않는 것도 기억을 하는 것처럼 진술할 수밖에 없는 그런 분위기였나’라고 묻자 윤 전 본부장은 “그런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제가 기억이 왜곡된 부분도 있을 수 있으니까”라며 “충분히 그런 부분들을 복기하는데 또 한계 있는 부분도…그런데 그런 부분들도 진술해야 될 부분도 있었고”라고 답변했다.

 

아울러 세간에 회자되는 여야 정치인 관련 진술을 한 적이 없다며 “그런데 그런 경우도 있고 그래서 좀 이게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윤 전 본부장은 특검팀 조사 뒤 피의자 신문 조서에 담겨있지 않은 행간이 많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신문할 때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며 “신문 과정에서 (조서에) 적힌 문자 외에 콘텍스트(문맥)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권 의원과 무언가를 주고받을 만한 인적 신뢰 관계가 있었느냐’는 권 의원 측 질문에는 “에둘러서 말하겠다”며 “최근에 여러 오해를 받고 있고 뉴스에도 많이 나오고 있다. 이 케이스를 얘기하는 게 아니고 저는 만난 적도 없고, 만난 적도 없는 분들에게 금품을 제공한다? 말이 안 되지 않나 상식적으로. 일면식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윤 전 본부장은 자신의 재판에서 민주당 장관급 4명과 접촉했고 이 중 2명은 한학자 총재와도 만났다고 진술했다. 지난 8월 특검 조사에서는 접촉한 여야 정치인이 5명이라고 밝히며 통일교가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에도 금품 지원을 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지난 10일 열린 윤 전 본부장의 결심공판에서 이들 여야 정치인의 명단을 공개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윤 전 본부장은 말을 아꼈다. 

 

언급된 정치인 5명 가운데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임종선 전 의원,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김규환 전 의원 3명은 금품수수와 직접 관련이 있다는 의혹으로 경찰에 피의자로 입건됐다. 나머지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2명은 접촉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윤 전 본부장은 이밖에 2022년 1월5일 한 총재로부터 현금 1억원을 받았는지, 한 총재에게 권 의원을 만난다는 보고를 한 적이 있는지 등 정치자금 공여 관련 질문에는 일체 증언을 거부했다. 본인의 재판에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15일 윤 전 본부장을 재차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하고 17일 권 의원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권 의원은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22년 1월 한 총재의 지시를 받은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직후 청탁 명목으로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