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엔 여기가 빙판길이 돼서 노인분들이 아주 많이 넘어졌어요. 가게에서 뛰어가 119도 불렀는데, 제설함을 겨우 찾으니 모래주머니 하나밖에 없더라고요."
12일 오후 영등포구 신길동 한 오르막 골목에서 만난 상인 노모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첫눈 대란'이 빚어진 지난 4일 제설함에 있어야 할 제설제가 온데간데 없었기 때문이다.
노씨와 함께 있던 상인도 "차도는 열선이 깔려 눈이 녹다 보니 사람들이 오히려 차도로 다니더라"라고 거들었다.
제설함은 통상 자치구와 주민센터가 눈 예보를 전후해 제설제를 보충하는데,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지난 4일 첫눈 때처럼 정작 필요할 때 텅 빈 상태가 많다는 게 주민들의 얘기다.
반면 구청이나 주민센터 등은 '주민 탓'도 있다는 입장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눈 예보가 있으면 제설제를 미리 가져가 버리는 주민들이 있어 제설함이 텅 비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무분별하게 제설제를 가져가는 것은 곤란하지만 범죄로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했다.
지자체의 제설함 관리는 행정안전부의 '제설함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에는 제설함을 누가 언제 얼마나 사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세부적 규정은 없거나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제설제 남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강북구는 2021년부터 뚜껑 일부가 투명해 내부가 보이는 제설함을 설치했고, 종로구는 2021년부터 내부 센서가 제설제 잔량을 알려주는 스마트 제설함을 도입했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 전수교체는 어렵다는 게 구청들의 얘기다.
전문가들은 제설제를 쓸 만큼만 가져가도록 안내하는 한편, 제설함 관리 인력·예산을 등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자체 중 제설함 관리 모범 사례를 벤치마킹해 매뉴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무단 이용을 삼가달라는 제설함 이용 수칙 홍보를 강화하고 행안부 가이드라인에 제설함 관리 매뉴얼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연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