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미국 칩 수출해도 되나”…美 의회, 엔비디아 관련 문제 제기

엔비디아 H200 중국 수출 허용에 불만 나와
“AI 지배력 약화할 것” 하원 중국위원장 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첨단 인공지능(AI) 칩인 ‘H2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미국 의회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존 물레나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이러한 우려를 표했다. 물레나 위원장은 “중국이 자국산보다 더 앞선 칩을 수백만 개 구매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AI 산업 내 미국의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저해할 것”이라며 러트닉 장관에게 H200의 중국 수출 허용 결정 근거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오른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미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AFP연합

오랫동안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확대를 바라왔던 엔비디아는 미국의 수출 제재에도 중국 화웨이가 엔비디아 칩과 맞먹는 AI 칩 ‘910C’를 개발하는 등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어 차라리 미국산 칩에 중국이 의존하게 하는 것이 미국의 AI 우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논리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물레나 위원장은 엔비디아가 로비 목적으로 화웨이의 AI 칩 성능을 과장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H200 수출 허가 결정의 전제가 잘못되었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특히 화웨이의 910C 칩이 중국 본토가 아닌 대만 TSMC에서 생산되었으나, 이러한 사실이 이번 판단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미 상무부의 수출 통제 위반 결정에 따라 화웨이가 910C의 후속 모델인 910D 칩을 더는 TSMC에서 생산할 수 없게 된 점도 910D 칩의 성능을 떨어트릴 것이라고 물레나 위원장은 분석했다. 또한 중국의 대표적인 AI 기업인 딥시크가 AI 모델 학습을 위해 밀수된 엔비디아 칩에 의존하고 있다는 최근 보도도 엔비디아가 중국 상황을 과대평가했다는 근거로 제시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H200의 중국 수출 허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피트 리케츠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과 민주당 간사인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을 포함한 6명의 상원의원은 최근 H200의 중국 수출을 30개월 동안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H200과 최첨단 AI 칩인 블랙웰의 중국 수출이 금지된다.

 

FT는 의회 관계자들을 인용해 “공화당 측도 이 결정에 크게 실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의 역풍을 우려해 비판을 주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