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에서 작전 중이던 미군 2명과 미국인 통역사 1명이 총격을 받아 숨졌다. 미군은 이번 사건을 이슬람국가(IS) 소행으로 지목했지만, 사살된 공격범은 IS 사상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시리아 보안군 소속으로 확인됐다.
13일(현지시간) 시리아 국영 SANA 통신 등에 따르면 시리아 중부 팔미라에서 미군과 시리아 보안군이 함께 야간 정찰에 나섰다가 공격을 받았고, 공격범은 즉각 사살됐다. 중동 지역 미군을 총괄 지휘하는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성명에서 “ISIS 소속 무장괴한 1명이 매복 공격을 감행해 미군 2명과 민간인 1명이 사망했고, 미군 3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션 파넬 미 국방부 대변인도 사상자들이 IS 격퇴 및 대테러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주요 지도자를 접촉하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 사건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리아 측 설명은 ‘공격자의 신분’에 초점이 맞춰졌다. 시리아 내무부의 누르 에딘 알바바 대변인은 국영TV를 통해 “사살된 공격자는 내무부 산하 보안군(순찰·검문소 운영 담당 준군사조직) 소속”이며, 최근 내무부 신원조사 과정에서 ‘타크피리’ 사상을 지녔을 가능성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타크피리는 IS를 비롯한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알바바 대변인은 공격자에 대해 “보안군 내 고위직도 아니었고 사령관과도 아무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고, 신원조사 내용을 두고 최종 조치를 결정하기 직전에 사건이 벌어졌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보안군이 IS의 침투 혹은 공격 가능성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미군을 포함한) 국제연합군에 사전 경고를 전달했지만 무시당했다”고 주장했다.
미군이 주도하는 국제동맹군(CJTF-OIR)은 최근 시리아 보안군과 함께 시리아 내 IS 잔당 소탕 등을 위해 연합 군사작전을 펴왔다. 이번 사건은 시리아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몰락한 뒤 1년 만에 발생한 첫 미군 측 사상 사례로, 향후 연합작전의 운용 방식과 신뢰 문제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번 사건은 미국과 시리아를 겨냥한 ISIS의 공격”이라며 “매우 강력한 보복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리아는 지난해 12월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이 주도하는 반군이 알아사드 정권을 몰아내고 임시정부를 세운 뒤 서방과의 관계 정상화를 모색해왔다. 그러나 내전 기간 세력을 키운 다수 무장단체가 아직 완전히 통합되지 않았고, 지역·종파 갈등도 여전한 상황이다. 일부 강경파 사이에서는 HTS 수장 출신 아메드 알샤라 임시대통령이 미국 등 서방에 밀착하는 데 불만이 있다는 분위기도 전해진다. HTS는 2011년 알카에다 연계 조직으로 창설됐으나 2016년 관계를 단절했다고 알려져 있다.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이 지난달 워싱턴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는 등 미국과 시리아의 관계 복원이 추진되던 시점에 이번 총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양국 관계 정상화 논의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