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도 활개치는 감염병… 기본 위생 지켜야 가족 지킨다

‘겨울 불청객’ 바이러스 3종 예방법

노로바이러스 백신 없어 예방 최우선
굴·조개 높은 온도로 잘 익혀 먹어야

로타바이러스로 장염 땐 심한 설사
영아엔 국가가 백신 무료 접종 지원

RSV 호흡기 감염 영유아 사이 유행
초기엔 감기와 유사… 일부 폐렴 악화
손 잘 씻고 오염원과 접촉 차단 중요

영유아 건강을 위협하는 겨울철 ‘바이러스 3종’이 동시에 기승을 부리고 있다. 노로바이러스와 로타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는 산후조리원·어린이집 등 집단시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영유아는 구토·설사로 수분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빠르고, 호흡기 감염은 숨이 차는 단계로 진행되기 전까지 증상이 뚜렷하지 않을 수 있어 초기부터 위험 신호를 알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겨울이 더 위험한 ‘노로바이러스’

게티이미지뱅크.

식중독은 여름철에 많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은 겨울철에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모임이 잦아지는 시기와 겹치는 만큼, 한 번의 노출이 여러 사람에게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특히 개인위생 관리가 어렵고 집단생활을 많이 하는 영유아(0∼6세)에게는 확산 위험이 더 크다.



노로바이러스는 급성 위장염을 일으키는 전염성 바이러스로, 극히 적은 양으로도 감염이 될 만큼 전파력이 강하다. 환자와의 접촉은 물론 오염된 물건을 만진 뒤 눈·코·입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대부분 바이러스가 낮은 기온에서 활동이 둔화되는 반면 노로바이러스는 영하 20도에서도 생존할 정도로 저온에 강하고,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도 쉽게 사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익히지 않은 수산물이나 오염된 손으로 조리한 음식, 오염된 식수 등이 주요 감염 경로로 꼽힌다. 겨울철에는 굴·조개류를 덜 익혀 먹는 습관이 더해져 위험이 커진다.

소변량이 줄거나 축 처지고, 입이 마르고 눈물이 잘 안 나오는 모습이 보이면 탈수를 의심해야 한다. 김유선 강동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탈수 증세가 심해지면 피부가 건조해지고, 소변량이 급격히 줄어든다”며 “어린이와 노인의 경우 더욱 위험할 수 있어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며, 탈수 증세가 심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은 2~3일 내 자연 회복되지만 특별한 항바이러스제는 없다. 김정연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이 발생하면 무엇보다 수분과 전해질 보충으로 탈수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온음료나 보리차는 도움이 되지만, 탄산음료나 과일 주스는 탈수를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로타바이러스 ‘환자 증가세’

겨울철 영유아 장염의 또 다른 축은 로타바이러스다. 1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49주차(11월30일~12월6일) A형 로타바이러스 환자는 109명으로, 전주 대비 94.6% 증가했다.

로타바이러스 감염증은 우리나라에서도 11~3월 추운 계절에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5세 미만 영유아에게 심한 설사를 일으키는 흔한 원인 중 하나다. 주로 생후 6개월~2세 사이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모든 연령대에서 감염될 수 있다.

감염 시 24~72시간 잠복기를 거쳐 구토·고열·심한 설사가 나타나며 증상이 4~6일 이어진다. 로타바이러스 장염은 다른 장염보다 증상이 더 심하고, 구토와 설사가 더 잦아 탈수 위험이 높아 ‘경고 신호’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전파는 매우 쉽다. 기저귀, 장난감, 문 손잡이 등 오염물을 통해 손과 입으로 감염되기 때문에 신생아실·산후조리원·어린이집에서 한꺼번에 퍼질 수 있는데, 바이러스 입자가 100개만 몸에 들어와도 감염될 정도여서 개인위생 관리만으로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다만 로타바이러스는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 영아는 국가 예방접종으로 무료 접종도 지원된다. 백신 종류에 따라 생후 2, 4개월 두 차례 혹은 2, 4, 6개월 총 세 차례 접종하면 된다.

◆영유아 호흡곤란 유발하는 RSV

겨울철 영유아 호흡기 감염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바이러스 가운데 하나가 RSV다. 초기에는 콧물·기침 등 감기와 비슷해 보여도, 일부 영유아에서는 세기관지염·폐렴으로 진행하며 호흡곤란을 유발할 수 있다.

올해 49주차 전국 221개 병원급 표본감시 의료기관에 입원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환자는 263명으로 최근 3주 동안 증가세(211명→247명→263명)를 이어갔다. 이 가운데 0~6세 영유아 환자는 190명(72.2%)으로, 유행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RSV는 일반적으로 1~2주 내 회복되지만, 미숙아, 6개월 미만 영아, 만성폐질환이 있는 2세 미만 소아,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는 2세 미만 소아 등 고위험군에서는 하기도 감염으로 악화될 수 있다. 영유아는 콧물·기침·재채기·발열 외에도 수유량 감소, 빠른 호흡, 쌕쌕거림(천명) 등이 단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미숙아나 아주 어린 영아는 전형적인 호흡기 증상 없이 보챔·처짐·수유량 감소만 보일 수 있어 보호자가 더 섬세하게 관찰해야 한다.

RSV는 감염자의 분비물 또는 오염된 물건을 접촉한 뒤 눈·코·입을 만질 때 감염될 수 있다. 산후조리원·신생아실 등에서는 접촉 전후 손 씻기와 증상 있는 영아의 분리 관리, 개인보호구 착용이 중요하다. 접종을 통해 예방할 수 있지만 국가 예방접종에 포함되지 않아 50만~60만원에 이르는 비용을 부모가 부담해야 한다.

이처럼 해마다 찾아오는 겨울철 바이러스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에게 특히 위협적이다. 예방의 핵심은 거창하지 않다. 비누로 30초 이상 손 씻기, 음식 충분히 익혀 먹기, 환자가 사용한 공간·물품 소독, 실내 환기, 증상이 있을 땐 등원·모임 자제 같은 기본 수칙이 가장 강력한 방어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