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건강을 위협하는 겨울철 ‘바이러스 3종’이 동시에 기승을 부리고 있다. 노로바이러스와 로타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는 산후조리원·어린이집 등 집단시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영유아는 구토·설사로 수분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빠르고, 호흡기 감염은 숨이 차는 단계로 진행되기 전까지 증상이 뚜렷하지 않을 수 있어 초기부터 위험 신호를 알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겨울이 더 위험한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은 여름철에 많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은 겨울철에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모임이 잦아지는 시기와 겹치는 만큼, 한 번의 노출이 여러 사람에게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특히 개인위생 관리가 어렵고 집단생활을 많이 하는 영유아(0∼6세)에게는 확산 위험이 더 크다.
대부분은 2~3일 내 자연 회복되지만 특별한 항바이러스제는 없다. 김정연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이 발생하면 무엇보다 수분과 전해질 보충으로 탈수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온음료나 보리차는 도움이 되지만, 탄산음료나 과일 주스는 탈수를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로타바이러스 ‘환자 증가세’
겨울철 영유아 장염의 또 다른 축은 로타바이러스다. 1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49주차(11월30일~12월6일) A형 로타바이러스 환자는 109명으로, 전주 대비 94.6% 증가했다.
로타바이러스 감염증은 우리나라에서도 11~3월 추운 계절에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5세 미만 영유아에게 심한 설사를 일으키는 흔한 원인 중 하나다. 주로 생후 6개월~2세 사이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모든 연령대에서 감염될 수 있다.
감염 시 24~72시간 잠복기를 거쳐 구토·고열·심한 설사가 나타나며 증상이 4~6일 이어진다. 로타바이러스 장염은 다른 장염보다 증상이 더 심하고, 구토와 설사가 더 잦아 탈수 위험이 높아 ‘경고 신호’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전파는 매우 쉽다. 기저귀, 장난감, 문 손잡이 등 오염물을 통해 손과 입으로 감염되기 때문에 신생아실·산후조리원·어린이집에서 한꺼번에 퍼질 수 있는데, 바이러스 입자가 100개만 몸에 들어와도 감염될 정도여서 개인위생 관리만으로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다만 로타바이러스는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 영아는 국가 예방접종으로 무료 접종도 지원된다. 백신 종류에 따라 생후 2, 4개월 두 차례 혹은 2, 4, 6개월 총 세 차례 접종하면 된다.
◆영유아 호흡곤란 유발하는 RSV
겨울철 영유아 호흡기 감염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바이러스 가운데 하나가 RSV다. 초기에는 콧물·기침 등 감기와 비슷해 보여도, 일부 영유아에서는 세기관지염·폐렴으로 진행하며 호흡곤란을 유발할 수 있다.
올해 49주차 전국 221개 병원급 표본감시 의료기관에 입원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환자는 263명으로 최근 3주 동안 증가세(211명→247명→263명)를 이어갔다. 이 가운데 0~6세 영유아 환자는 190명(72.2%)으로, 유행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RSV는 일반적으로 1~2주 내 회복되지만, 미숙아, 6개월 미만 영아, 만성폐질환이 있는 2세 미만 소아,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는 2세 미만 소아 등 고위험군에서는 하기도 감염으로 악화될 수 있다. 영유아는 콧물·기침·재채기·발열 외에도 수유량 감소, 빠른 호흡, 쌕쌕거림(천명) 등이 단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미숙아나 아주 어린 영아는 전형적인 호흡기 증상 없이 보챔·처짐·수유량 감소만 보일 수 있어 보호자가 더 섬세하게 관찰해야 한다.
RSV는 감염자의 분비물 또는 오염된 물건을 접촉한 뒤 눈·코·입을 만질 때 감염될 수 있다. 산후조리원·신생아실 등에서는 접촉 전후 손 씻기와 증상 있는 영아의 분리 관리, 개인보호구 착용이 중요하다. 접종을 통해 예방할 수 있지만 국가 예방접종에 포함되지 않아 50만~60만원에 이르는 비용을 부모가 부담해야 한다.
이처럼 해마다 찾아오는 겨울철 바이러스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에게 특히 위협적이다. 예방의 핵심은 거창하지 않다. 비누로 30초 이상 손 씻기, 음식 충분히 익혀 먹기, 환자가 사용한 공간·물품 소독, 실내 환기, 증상이 있을 땐 등원·모임 자제 같은 기본 수칙이 가장 강력한 방어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