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수사관’ 3관왕 이상훈 경남경찰청 팀장 “수사로 사건 진실 마주할 때 ‘자아실현’ 느껴” [차 한잔 나누며]

수사·형사·사이버 3개 분야서
첫 최고 등급 자격 따낸 베테랑
캄 납치 등 굵직한 사건 도맡아

진실 하나인데 서로 다른 진술
‘누구 말이 맞나’ 파고들며 시작
“퇴직 때까지 현장서 일하고파”

“수사를 통해 범죄의 실체적 진실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그 감정이 저에게는 카타르시스를 넘어 자아실현의 대상입니다.”

경남경찰청 형사기동대 2팀장으로 근무하는 이상훈(40) 경정은 지난 3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수사 철학을 이같이 설명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인정하는 형사·수사·사이버 분야 ‘책임 수사관’ 3관왕을 달성한 이상훈 경남경찰청 형사기동대 2팀장(경정)이 지난 3일 인터뷰에서 수사에 대한 자신의 소신 등을 밝히고 있다.

경찰대학을 졸업한 이 팀장은 18년의 경찰 경력 중 수사 경력만 13년째로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수사 실력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며, 경찰 수사의 베테랑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게 그는 전국 최초로 그리고 아직은 유일하게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운영·추진하는 ‘책임 수사관’ 3관왕을 달성한 인물이다. 국수본은 역량 중심 수사 경찰 인사 운영을 위해 2020년부터 ‘수사관 자격 제도’를 시행 중이다.

수사관은 경찰 채용 후 수사 경과가 부여 예정된 경찰관인 ‘예비 수사관’, 국수본 주관 형사법능력시험을 합격한 수사 경과 취득자인 ‘일반 수사관’, 일반 수사관 중 일정 수사 경력 이상으로 각 시·도 경찰청에서 선발한 경찰관인 ‘전임 수사관’, 일정 수사 경력 이상으로 국수본에서 출제한 사례형 주관식 시험을 합격한 경찰관인 ‘책임 수사관’이 있다.

이 중 책임 수사관은 수사관 자격 중 현존 최고 등급의 자격이다. 책임 수사관의 응시 분야는 수사·형사·사이버 3개가 있는데, 이 팀장은 2023년 6월 수사 분야, 2024년 7월 사이버 분야, 지난 1월 형사 분야의 책임 수사관으로 각각 선발됐다. 그리 길지 않은 수사 경력임에도 이 팀장이 수사 베테랑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2012년 처음 수사 경찰을 맡은 그는 배당 사건 기록을 검토하고, 사건 관계자 진술을 듣고, 증거를 분석해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 나가는 ‘수사’가 매우 흥미로웠다고 한다. 이 팀장은 “분명 진실은 하나인데 고소인과 피고소인 모두 자신의 진술만이 진실이라고 주장할 때 ‘누구의 진술이 진실인가’라는 의문을 가지면서 사건에 빠져드는 게 강한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경감으로 승진한 2015년 그는 일선 경찰서 경제팀장으로 근무하면서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수천 쪽에 달하는 두꺼운 사건 기록들을 살피면서 수사 열정과 실력이 더욱 크게 늘어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넘치는 수사 열정 때문에 황당하면서 재미난 일화가 있었다며 짧게 소개했다.

이 팀장은 “사이버 분야 사건의 경우 직접 사건을 수사하기도 했는데, 일선 경찰서 수사과장 시절 사건 관계인과 통화하다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로 오인받아 국민신문고에 신고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주로 직원들이 처리하는 사건을 보고받는 일선 경찰서 과장이 직접 나서 수사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아 발생한 ‘영광의 해프닝’인 것이다.

열정과 함께 실력이 쌓이면서 이 팀장은 △지방공기업 시험지 유출·채점 조작 등 채용 비리 사건 △방산 업체의 유령 회사 설립, 연구원 급여 횡령 등 방산 비리 사건 △국립대 정교수 채용 빙자, 금품 수수 등 알선 수재 사건 △수조 원대 범죄 수익금 세탁 조직 등 비대면 온라인 사기 사건 등 경남도내에서 발생한 굵직한 주요 여러 사건을 맡아 처리했다. 그는 최근에 크게 이슈가 된 이른바 ‘캄보디아 한국인 대상 납치·감금’ 사건 중 경남 사건을 맡아 수사 중이다.

이 팀장은 이러한 유형의 범죄들은 전 국민을 잠재적 피해자로 설정하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 천문학적인 재산상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사 경찰로서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건을 처리할 때마다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 제게 수사 경찰은 직장의 개념을 넘어 자아실현의 대상”이라며 “퇴직까지 수사 경찰로 근무하고 싶고, 가능한 한 오랫동안 현장에서 직접 수사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