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막히자 ‘마통’ 사용량 3년 만에 최대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주요 시중은행 마이너스통장(마통) 사용액이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벽이 높아지며 발생한 ‘풍선효과’다.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실직했거나, 취업 준비 중이거나, 집에서 그냥 쉬는 ‘일자리 밖’ 20·30대가 지난달 160만명에 육박하며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기업 등 질 좋은 일자리의 경력·수시 채용이 확산하면서 20대 취업 시기가 늦어지고 30대까지 고용 한파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편 한국 김의 최대 수출국인 미국이 우리 김에 대해 관세를 면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15% 관세가 부과되던 시기에도 미국에서 우리 김의 인기가 높았던 만큼 관세 면제에 따른 김 수출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 시내 한 시중 은행 ATM 모습. 연합뉴스

◆주담대 막히자 ‘마통’ 사용량 3년 만에 최대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개인 마통 잔액은 40조837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12월 말(42조546억원) 이후 3년 만에 역대 월말 잔액 최대치다. 이달 증가세도 가파르다. 11일 기준 잔액은 40조7582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6745억원이나 늘었다. 하루 평균 613억원가량 늘고 있는데, 전달(+205억원)과 비교하면 3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최근 마통 사용량 증가는 6·27, 10·15 대책 등으로 정부가 주담대 등 가계대출을 옥죈 영향이 크다. 특히 최근 은행들이 연말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신규 주담대 창구를 막고 있어 대출 수요가 마통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자산 투자를 위해 마통을 이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상승 랠리를 이어가던 코스피가 최근 주춤하지만 코스닥 부양책 예고에 주식 투자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올해 들어 50% 넘게 급등한 금은 물론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도 크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주담대가 사실상 막힌 상황이라 마통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는 분위기”라며 “당분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은행과 새마을금고는 올해 연간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초과할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연간 대출 증가 목표’(경영계획 기준, 정책성 상품 제외) 대비 실적 비율은 지난달 기준 140.1%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기준 증가액이 2조8099억원으로,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2조61억원)를 이미 훌쩍 넘어섰다. 2금융권인 새마을금고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까지 4조6000억원 증가, 목표치 대비 380%에 달한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도 목표치 대비 각각 116%, 104%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신규 대출 제한, 상환 유도 등을 통해 연간 총량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은 목표치 대비 각각 69.6%, 84.9%로 비교적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넘긴 금융사는 금융당국으로부터 내년 대출 물량에서 초과분이 깎이는 페널티를 받게 된다.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취업 공고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경력 선호에…‘일자리 밖 2030’ 160만 육박

 

이날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이거나,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또는 ‘취업준비자’에 머물러 있는 2030세대는 지난달 158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2만8000명 증가했다. 코로나19 시절인 2021년 11월(173만7000명) 이후 4년 만에 최대 규모다.

 

2030세대 실업자는 35만9000명으로 지난해 11월(33만7000명)보다 2만2000명 늘었다. 11월 기준 실업자는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021년 37만2000명에서 2022년 36만9000명, 2023년 35만명, 2024년 33만7000명까지 3년 연속 감소했지만, 올해 증가 전환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별다른 활동 없이 ‘그냥 쉬는’ 2030세대는 지난달 71만9000명으로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또 2030세대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준비자’는 지난달 51만1000명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밖 2030세대가 증가한 건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지속되면서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청년층은 안정적인 대기업 등의 일자리를 원하지만 정작 대기업은 수시·경력직 채용을 늘리고 있다. 여기에 단순 직무가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되고 있는 점도 2030세대 고용 한파의 배경이 되고 있다. 취업 시기가 늦어지면서 30대 초반도 고용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지난달 30대 초반(30∼34세) ‘실업자+쉬었음+취업준비자’는 38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8000명 증가했다.

 

2030세대가 취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들의 여윳돈도 줄어들고 있다. 올해 3분기 39세 이하 가구주의 월평균 흑자액은 124만3000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7% 감소했다. 39세 이하 가구주의 흑자액이 준 건 2022년 3분기(-3.8%) 이후 3년 만이다. 이는 전체 가구주의 흑자액(143만7000원)이 12.2%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서울의 한 마트에 김 상품이 진열되어 있다. 연합뉴스

◆김, 수산물 중 유일한 美 면세…수출 올 첫 11억달러 돌파 전망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미국 백악관이 발표한 상호관세 관련 팩트시트(설명자료)에 수산물 중 유일하게 조미김이 무관세 품목으로 기재됐다고 14일 밝혔다. 해수부 관계자는 “팩트시트에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는 천연자원은 관세 면제를 추가 협의한다’는 내용이 있다”면서 “무관세 적용 품목에 조미김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다만, 마른김은 다른 수산물과 마찬가지로 15%의 상호관세가 유지된다.

 

해수부에 따르면 조미김 무관세는 통관 날짜 기준 지난달 13일부터 적용됐다. 김은 K푸드 수출 상위 품목 중 유일하게 미국에서 관세를 면제받았다. 올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에도 지난달까지 누적 대미 김 수출액은 2억2800만달러(약 3400억원)로 작년 동기 대비 15.9% 늘었다. 지난달 대미 김 수출액은 245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2% 증가했다. 지난달 수출액 증가율이 1∼11월 누적 증가율보다 높았다. 대미 김 수출액에서 조미김은 90% 이상을 차지한다. 김 수출액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넘는다. 해수부 관계자는 “조미김 관세 면제가 김 수출액 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한국의 김 수출액은 올해 1~11월 10억4000만달러로 작년보다 13.3% 증가했다. 연간 김 수출액이 10억달러를 돌파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해수부는 올해 김 수출액이 처음으로 11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조미김이 대미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에 따라서 조미김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협의를 진행한 것”이라면서 “마른김과 참치 필렛(뼈를 발라낸 살)도 무관세를 적용받기 위해 추후에 미국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