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레고시티입니다. 레고시티는…”
이달 12일 강원 춘천시에 위치한 레고랜드 테마파크에는 헤드셋과 연결된 초록색 공룡인형을 목에 걸고 있는 아이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한 아이가 공룡인형 팔을 누르고 자신의 위치를 물어보자 내장된 인공지능(AI)이 헤드셋을 통해 찬찬히 설명을 시작했다.
초록색 공룡인형은 레고랜드가 올해 도입한 스마트 가이드 ‘MC 올리’다. MC 올리는 장애인이나 아동, 노약자 등 이동 약자의 테마파크 이용을 돕기 위한 보조 장치다. 레고랜드 직원을 의미하는 ‘모델 시티즌(Model Citizen)’과 마스코트인 ‘올리’를 더해 이름을 만들었다.
MC 올리는 춘천 테크기업 ‘아이오테드(IOTD)’ 협업으로 탄생했다. 생성형 AI에 기반을 둔 음성대화가 가능하다. 테마파크 내 이동 안내는 물론 레고 작품 설명, 편의시설 위치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직접 동행하며 일상적인 대화 형식으로 질문에 답변한다.
레고랜드는 우선 MC 올리 20대를 도입했다. 장애인이나 아동, 노약자 등이 대여를 신청하면 무료로 빌려준다. MC 올리를 직접 사용해본 아이들은 상당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레고랜드는 이날 ‘배리어 프리, 모두에게 열린 레고랜드’를 주제로 행사를 열고 장애인과 가족 120여명을 초청했다. 이들은 MC 올리를 비롯해 레고랜드 내 설치된 다양한 장애 친화적 시설을 직접 체험했다.
국내 테마파크 최초로 도입한 ‘정서적 쉼터(Sensory Room)’도 공개됐다. 정서적 쉼터는 감각 자극에 취약한 방문객이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이다. 예기치 못한 발작성 행동으로 사람이 많은 테마파크를 방문하는 일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발달 장애 자녀를 둔 양보람씨는 “몇 년 전 아이들이 지금보다 어릴 때 굉장히 많이 싸울 일들이 있었는데 피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어려웠다”며 “잠시 피해있을 공간이 마련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시설을 둘러본 조연화 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 대리는 “레고랜드는 경사로가 없어서 장애를 가진 분들이 이동하기 편리한 것 같다”며 “국내에 많은 놀이공원이 있지만 이렇게 장애인을 배려한 곳은 레고랜드 뿐이다. 솔직히 놀랐다”고 소감을 전했다.
레고랜드는 정서적 쉼터 이외에도 자동문 설치 확대, 무장애 보행로 정비, 촉지·음성 통합 안내판 개선, 가족 화장실 자동출입문 설치, 호텔 내 장애인 객실 도어 클로저 설치 등 실질적인 이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설을 추가 도입했다.
2022년 개장 당시부터 장애인 접근 기반을 탄탄히 갖춘 레고랜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2025 열린관광지 조성 사업’에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최종 선정돼 노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조수연 레고랜드 홍보팀 대리는 “저희가 단계적으로 개선해나갈 수 있는 부분들이나 아니면 조금 더 서비스를 확충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서 모두를 위한, 모두가 놀 수 있는 테마파크가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