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4·3 강경 진압 박진경 대령 추도비 옆 ‘바로 세운 진실’ 안내판 설치

오 지사 “4·3 훼손 시도에 강력 대응”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15일 제주 4·3사건 당시 강경 진압을 주도한 고(故) 박진경 대령 추도비 옆에 ‘바로 세운 진실’이란 4·3 역사 왜곡 대응 안내판을 세웠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박 대령의 국가유공자 등록 취소를 검토하라고 지시한데 대해 제주도민 모두와 함께 감사하다고 밝혔다.

 

‘바로 세운 진실’은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등을 토대로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박진경과 제주 4·3의 역사적 사실을 바로 알리기 위해 작성됐다.

 

2003년 정부 공식 보고서에 따르면 박 대령은 1948년 5월 6일 제주도에 와서 40일 남짓 강경한 진압 작전을 벌였고 그 대가로 상관을 앞질러 대령으로 특진했다. 그 무렵 미군 비밀보고서에 ‘3000여 명이 체포됐다’고 기록될 정도로 박진경은 무리한 작전을 전개했다. 한 언론은 ‘포로’로 끌려오는 이들이 “12~13세 되는 소년이며 60이 넘은 늙은이며 부녀자”라며 한탄했다. 강경 작전을 펴던 박 대령은 6월 18일 부하인 문상길 중위와 손선호 하사에게 암살됐다.

 

손선호는 “30만 도민에 대한 무자비한 작전 공격 명령이 암살 동기”라면서 “박진경이 15세가량 되는 아이가 그 아버지의 시체를 껴안고 있는 것을 보고 무조건 살해했다”고 말했다. 박진경의 작전참모 임부택 대위도 “박진경 연대장이 ‘조선 민족 전체를 위해서는 30만 도민을 희생시켜도 좋다. 양민 여부를 막론하고 도피하는 자에 대해 3회 정지명령 불응자는 총살하라’고 명령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희생자유족회가 15일 제주시 연동 박진경 대령 추도비 옆에서 ‘바로 세운 진실’이란 4·3 역사 왜곡 대응 안내판 설치 행사를 열고 있다. 제주도 제공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희생자유족회가 15일 제주시 연동 박진경 대령 추도비 옆에서 ‘바로 세운 진실’이란 4·3 역사 왜곡 대응 안내판 설치 행사를 열고 있다. 제주도 제공

안내판은 ‘제주4·3이 끝나지 않아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던 1952년 군경원호회 명의로 세워진 박진경 대령 추도비 내용은 일부 사실과 맞지 않는다. 또한 여전히 박진경을 미화하며 4·3을 왜곡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 이를 바로잡고자 안내판을 세운다’고 기록했다.

 

제주의 박진경 추도비는 애초 1952년 군경원호회 명의로 관덕정 경찰국 청사 내에 세워졌다가 1980년대 제주시 충혼묘지로 옮겨졌다. 2022년 제주국립호국원이 개원하면서 현재 한울공원 인근 도로변으로 이전됐다.  

 

지난 2022년 박진경 추도비에 설치됐다가 철거된 ‘역사의 감옥’ 조형물.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공

추도비는 2022년 3월 시민단체가 ‘역사의 감옥에 가두다’라는 감옥 조형물을 설치하는 등 도민사회의 분노를 사 왔다. 감옥 조형물은 불법 조형물이라는 이유로 설치 2개월여 만에 철거됐다.

 

오 지사는 “박진경은 ‘제주4·3진상보고서’에서 양민 학살의 주범으로 기록된 인물”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을 학살한 주범에게 국가유공자 증서가 발급되는 현재의 잘못된 제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오 지사 “제주도는 제주4·3의 진실과 평화·인권의 가치를 훼손하려는 시도에 단호히 맞설 것”이라며 “진실을 향한 제주의 77년간의 여정이 다음 세대에 온전히 기억될 수 있도록 도민 모두가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오른쪽)과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지난 11일 오후 제주도청에서 고(故) 박진경 대령 국가유공자 지정과 관련해 면담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안내판 설치는 최근 4·3 관련 왜곡 현수막 게시, 영화 상영, 왜곡 발언, 표지석 설치 등 제주4·3의 역사를 왜곡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제주4·3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를 회복하고 역사적 사실을 명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제주도는 4·3 역사 왜곡 논란 시설물인 경찰지서 옛터 표지석과 북촌리 학살을 주도한 함병선 장군 공적비 등에 대해서도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안내판 설치 또는 이설을 순차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