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이제 단순한 오락이 아니다. 건강관리, 금융,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게임의 구조를 차용한 서비스가 빠르게 늘어나며, ‘생활의 게임화(Gamification)’는 우리 일상 속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 게임 요소가 사회 곳곳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내면서, 자연스럽게 게임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인 게임리터러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게임리터러시는 시대 변화와 함께 그 의미가 꾸준히 확장되어 왔다. 초창기에는 게임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에 머물렀지만, Zagal(2008)은 게임리터러시를 ‘게임 이해–플레이–제작’의 전 과정을 포괄하는 능력으로 제시했다. 최근에는 여기서 더 나아가 게임의 강점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창의적 산출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역량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때의 창의적 산출은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포함하며, 게임 개발은 그중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그러나 게임리터러시가 지향하는 ‘창의적 게임 개발’은 오랫동안 전문가 중심의 영역이었다. 높은 기술 장벽으로 인해 게임 개발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고, 진정한 의미의 게임리터러시 역량 발현은 일부 집단에만 국한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모두가 게임리터러시를 실현하는 시대는 쉽지 않은 목표처럼 보였다.
이러한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꾼 것이 바로 생성형 AI다. 자연어 명령으로 캐릭터를 만들고 세계관을 구축하며, 심지어 게임 전체를 제작할 수 있는 도구들이 등장하면서 이제 ‘기획할 수 있으면 개발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전문 기술 없이도 게임 제작이 가능해지면서 게임리터러시는 그 어느 때보다 ‘모두의 역량’이 될 가능성을 갖게 되었다. 이는 ‘모두의 게임리터러시 with AI’라는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이다.
이제 게임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기획의 질’이다. 게임 구조를 이해하고 플레이어의 경험을 설계하며 상호작용의 의미를 읽어내는 능력은 바로 게임리터러시 교육이 길러온 핵심 역량이다. 게임리터러시가 탄탄할수록 생성형 AI를 활용한 게임 창작의 완성도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20여 년간 교사 연수, 연구교사 운영, 교육 콘텐츠 개발 등을 통해 우리나라 게임리터러시 생태계의 기반을 마련해왔다. 이제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여정을 준비해야 한다. 앞으로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교육 대상을 전 세대로 확장해 게임리터러시를 모두가 갖추어야 할 역량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둘째, 생성형 AI 기반 게임리터러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시대 변화에 부합하는 교육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교사 교육 강화를 통해 우수한 게임리터러시 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원칙은 이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생성형 AI는 게임리터러시를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앞으로도 교육계·정책·산업이 긴밀히 협력해 게임리터러시가 미래 인재 양성과 국가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교육 영역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글: 이재호 ㈔한국창의정보문화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