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반년 수사해 尹 등 27명 기소 잇단 구속영장 기각에 한계 드러나 벌써 “2차 특검” 주장은 과유불급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한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어제 약 6개월의 활동을 마치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유에 대해 “자신을 거스르거나 반대하는 사람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 제거하려 했다”며 “무력으로 입법권과 사법권을 장악한 후 권력을 독점·유지할 목적으로 계엄을 선포한 것”이라고 밝혔다. 1987년 6월 항쟁과 1993년 문민정부 출범, 그리고 이후 계속된 평화적 정권 교체에 공고해진 줄 알았던 한국 민주주의가 이토록 허약한 기반 위에 서 있었다니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 없다.
특검팀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내겐 비상대권이 있다’는 식의 언급을 했다고 한다. 당시 여소야대 국면에서 언제든 군사력을 동원해 거대 야당이 주도하는 국회를 제압하고 사실상 ‘행정부 독재’에 돌입할 수 있다고 여긴 것 아닌가. 윤 전 대통령의 ‘적’은 야당만이 아니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빨갱이’로 규정하며 “좌파를 척결해야 한다”고 부르짖었다는 수사 결과를 보면 모골이 송연해질 따름이다. 2023년 10월 장성 인사를 단행할 때부터 1년여 뒤의 계엄 선포를 염두에 뒀다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윤 전 대통령 등 27명을 재판에 넘긴 것은 특검팀이 거둔 성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한덕수 전 국무총리,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을 상대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점에서 보듯 수사력에 한계를 드러낸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계엄 주동자들을 단죄해야 한다’는 초조함에 사로잡힌 나머지 법률가로서 냉철한 법리 검토에 소홀하진 않았는지 성찰할 것을 촉구한다. 무엇보다 “외환 의혹을 파헤치겠다”며 미군 측에 사전 통보도 하지 않고 오산 공군기지를 압수수색했다가 한·미 동맹에 금이 가게 만든 점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2024년 12월 3일을 이른바 ‘거사일’로 택하는 데 무속인이 관여했다거나 윤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가 계엄 선포를 지시했다는 등 의혹은 낭설이라고 특검팀은 결론지었다. 또 특검팀은 더불어민주당과 진보 진영 일각에서 제기된 ‘사법부 계엄 동조설’을 사실무근으로 판단하고 조희대 대법원장 등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상식에 부합하는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민주당의 ‘2차 특검’ 실시 주장은 과유불급이라는 점을 거듭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정부 5년 내내 특검만 하자는 게 아니라면 그런 요구는 접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