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로 돈줄 죄자 퇴직연금 헐어 집 샀다

‘노후 자금’ 중도인출 증가세

2024년 3.8만명 주택 구입 ‘역대 최대’
금액 1.8조원으로 2023년比 0.3조↑

전체 중도인출 6.7만명·2.7조 달해
주거임차·회생절차 사유가 2·3위

퇴직연금 DB형 2023년比 4.0%P 감소
DC형은 3.1%P·IRP는 0.9%P 증가
원리금보장서 실적배당 ‘이동’ 영향

지난해 퇴직연금을 헐어 주택을 구입한 이들이 3만8000명에 달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주택구입 사용 목적 퇴직연금 중도인출 금액 역시 1조8000억원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운용 수익률이 높은 개인형 퇴직연금(IRP)과 실적배당형으로 가입자가 쏠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가 15일 발표한 ‘2024년 퇴직연금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중도인출 인원은 전년보다 4.3% 증가한 6만7000명, 중도인출 금액은 12.1% 늘어난 2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중도인출 인원과 금액은 2019년 이후 2022년까지 감소세를 보이다 2023년과 지난해 2년 연속 증가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지난해 중도인출 사유 중 인원 기준으로 주택구입이 56.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주거임차와 회생절차가 각각 25.5%, 13.1% 순으로 나타났다. 29세 이하는 주거임차(42.5%) 목적이, 나머지 연령대에서는 주택구입 목적의 중도인출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 주택구입 목적 중도인출 인원은 3만8000명으로 전년보다 4000명 늘었다. 주택구입을 위한 중도인출 금액도 1조8000억원으로 2023년 대비 3000억원 증가했다. 인원과 금액 모두 2015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후 역대 최대였다.

주택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출 규제로 자금을 충분히 조달하기가 어려워지자, 노후 자금까지 동원해 주택을 구입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주택을 구입하는 자금 출처가 대출이나 자기가 갖고 있는 돈인데, 금액을 긁어모으다 보니 퇴직연금까지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퇴직연금 총 적립금액은 431조원으로 1년 전보다 12.9%(49조원) 증가했다. 제도유형별로는 확정급여형(DB)이 214조원으로 절반(49.7%)에 달했고, 확정기여형(DC)이 116조원(26.8%), IRP가 99조원(23.1%)으로 뒤를 이었다. DB형이 전년보다 4.0%포인트 감소한 반면 IRP와 DC형은 각각 3.1%포인트, 0.9%포인트 늘었다. DB형 비중이 50% 밑으로 내려간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DB형은 가입자의 퇴직급여 수준이 사전에 확정돼 있는 반면 DC형은 운용 성과에 따라 퇴직급여 수준이 달라진다. IRP는 근로·사업소득이 있는 사람이 자율 가입하거나 이직할 때 받은 퇴직급여 일시금을 계속해서 적립·운용하는 제도로 DC형과 유사하게 운영된다. 지난해는 특히 IRP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IRP 가입 인원은 359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11.7% 증가했고, 적립 금액은 99조원으로 30.3%(23조원) 늘었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IRP와 DC형의 경우 운용수익에 따라 급여 수준이 달라지는데 실적배당형이 많은 IRP와 DC형이 늘고, 고정급여가 많은 DB형은 줄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운용방식별로 보면 원리금보장형이 74.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전년보다 5.8%포인트 줄었다. 반면 실적배당형은 17.5%로 전년 대비 비중이 4.7%포인트 늘었다. 원리금보장형 비중은 DB형이 92.2%로 가장 많았던 반면 실적배당형 비중은 IRP가 33.4%로 가장 컸다. 원리금보장형이란 예·적금, 국채 등 원리금이 보장되는 방식으로 투자해 안정성이 높다. 반면 실적배당형은 집합투자증권, 직접투자 등 원리금이 보장되지 않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적립금이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최근 5년 동안 수익률을 보면 원리금보장형은 2.49%, 실적배당형은 4.77%로 1.9배 정도 차이가 나다 보니 수익률이 높은 쪽으로 투자 성향에 변화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