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별검사팀(특검 조은석)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준비 시점을 2023년 10월 이전으로 특정하면서, 그 근거로 2022년 11월 윤 전 대통령의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 발언과 2023년 10월 군 장성 인사,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 내용 등을 제시했다.
조은석 특검은 15일 최종 수사 결과 발표에서 “윤 전 대통령 등은 2023년 10월 이전부터 비상계엄 선포를 준비했다”며 “2024년 4월 22대 총선 훨씬 전부터 윤 전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김 전 장관은 노상원·여인형과 비상계엄을 순차 모의하고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는 계엄 검토 시점이 더불어민주당에게 대패한 총선(2024년 4월) 이후였다는 윤 전 대통령의 주장보다 약 1년 앞선 시점이다.
특검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11월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 자리에서 “내겐 비상대권이 있다”, “내가 총살을 당하는 한이 있어도 다 싹 쓸어버리겠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은 이 발언에 계엄 선포를 염두에 둔 인식이 내재돼 있었으며, 계엄 검토가 지속돼 왔다고 판단했다.
조 특검은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은 계엄 선포 시기를 2024년 4월 총선 이후로 확정한 뒤 방법을 계속 논의해 왔다”며 “같은 해 3월부터 군 사령관들을 상대로 군이 나서야 된다는 등 비상계엄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시키고 계엄에 대한 윤 전 대통령의 의지를 주지시켰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에 대한 의지를 품고, 사후적 동기 마련에 나섰다고도 결론내렸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 명분 조성을 위해 2023년 10~11월 비정상적인 군 작전을 통해 북한 도발을 유도했지만 실패했다는 것이다. 조 특검은 “계엄 선포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무력 도발을 유인할 목적으로 같은 해 10월부터 다양한 비정상적 군사작전을 실행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수사는 6월18일부터 180일간 진행됐다. 조 특검과 특검보 6명, 검찰·공수처·경찰·국방부·감사원 파견 인원 등 238명이 투입됐다. 특검은 검·경 이첩 사건과 고소·고발 건 등을 포함해 249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리했고, 윤 전 대통령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국민의힘 추경호 의원 등 27명을 재판에 넘겼다. 나머지 34건은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이첩된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현복)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노 전 사령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2490만원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민간인이던 노 전 사령관이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제2수사단’을 구성할 목적으로 군사 정보를 제공받고 진급을 이유로 군 장성들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실체적인 요건도 갖추지 못한 계엄이 선포 단계까지 이를 수 있게 하는 동력 중 하나가 됐다”며 “단순히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나 알선수재 범행의 죄책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라는 결과를 야기해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제2수사단 구성이 ‘대량 탈북 사태에 대비한 것’이라는 노 전 사령관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11월까지 군에서 인지한 대북상황에 별다른 변동은 없었다”며 “대량 탈북 대비 요원 선발이었다면 전라도 인원을 빼라는 등의 요구를 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