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서부의 유타주(州)는 면적이 21만9900㎢로 한반도 넓이(22만3620㎢)와 거의 비슷하다. 다만 인구는 약 345만명으로 남북한을 합친 것보다 훨씬 더 적다. 주내 최대 도시이자 주도(州都)인 솔트레이크시티는 흔히 ‘몰몬교’로 불리는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LDS)의 본부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솔트레이크시티를 비롯한 유타주 전체 인구의 약 3분의 1이 몰몬교 신도라고 한다.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몰몬교의 영향 때문인지 출산율이 매우 높고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이다. 1968년을 기점으로 역대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가 한 번도 1위를 놓친 적이 없을 정도다.
주민들의 애국심 또한 남다르다. 1950년 한반도에서 공산주의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6·25 전쟁이 발발한 직후 미국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방어를 명분으로 신속히 참전을 결정했다. 미 재향군인회에 따르면 당시 유타주는 인구가 70만명이 채 안 되었음에도 무려 2만8000여명이 한국에서 싸웠다. 파병 연인원만 놓고 보면 캐나다(2만6000여명), 튀르키예(2만1000여명), 호주(1만7000여명)보다 많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유타 주민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주내 소도시 시다(Cedar)의 경우 인구가 8000여명에 불과한데도 그 7%가 넘는 600여명이 참전했다니, 그저 숙연해질 따름이다. 마을 청년 거의 대부분이 한국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는 뜻 아닌가.
1850년 솔트레이크시티에 세워진 유타대학교는 유타주를 대표하는 주립대다. 배우 윤여정에게 한국 영화사상 첫 미 아카데미(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안긴 ‘미나리’(2020)의 정이삭 감독이 유타대 동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4년 인천 송도에 설립된 유타대 아시아 캠퍼스 영상영화학부에서 교수로 일하기도 했다. 유타대 아시아 캠퍼스는 미국 본교와 똑같은 커리큘럼 및 학위를 제공하는데, 다만 재학생들은 최소 2학기 이상 솔트레이크시티 유타대에서 수학해야 한다. 국내에 소재한 외국 대학 분교들 가운데 개설된 학부 과정이 제일 많고, 본교와의 교류 또한 가장 활발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유타대 아시아 캠퍼스의 그레그 힐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방문했다. 유타대 한인총동문회 역대 회장들도 함께했다. 힐 대표 일행은 6·25 전쟁 당시 미군 전사자들 가운데 유타주 출신 용사들의 이름이 새겨진 명비에 헌화했다. 기념관 운영 주체인 전쟁기념사업회 백승주 회장이 “유타대 아시아 캠퍼스가 한국 학생들에게 국제적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감사의 뜻을 표하자 힐 대표는 “6·25 전쟁 기간 형성된 양국의 우정은 여전히 굳건하다”라는 말로 화답했다. 이어 유타대 아시아 캠퍼스 학생 봉사단이 2022년부터 6·25 참전용사들에게 감사 편지를 보내는 ‘품앗이 위드 유’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음을 강조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