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기 사용보다는 손으로 직접 글씨를 쓰는 활동이 뇌 건강과 학습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과학·문화 매체 스터디파인즈(StudyFinds)는 최근 필사·캘리그래피·서예 등 손글씨 쓰기가 뇌 노화를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이탈리아 로마가톨릭성심대 주세페 마라노 박사팀은 손글씨와 타이핑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한 뇌 영상 연구 논문 30편을 종합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키보드를 이용한 타이핑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손가락 움직임에 그치는 반면, 손글씨 쓰기는 시각·운동·감각·언어 영역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고도의 인지 활동으로 나타났다. 특히 손글씨는 노년층의 신경가소성, 즉 뇌가 스스로를 재구성하고 회복하는 능력을 자극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손글씨의 뇌 보호 효과는 대규모 임상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미국 러시대 메디컬센터 로버트 윌슨 박사팀은 노인 294명을 대상으로 6년간 인지 기능 변화를 추적한 결과, 편지나 일기 쓰기 등 글쓰기 활동을 꾸준히 해온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32%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학습 효과 측면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보고됐다. 지난해 노르웨이 과학기술대(NTNU) 오드리 판데르 메이르 교수팀은 대학생 36명을 대상으로 손글씨와 타이핑을 할 때의 뇌파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손으로 글을 쓸 때 두정엽과 뇌 중심부 신경 네트워크 사이에서 더 정교한 뇌 연결성이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데르 메이르 교수는 “손으로 글씨를 쓸 때 지각·인지·판단과 관련된 뇌 영역 간 연결이 훨씬 복잡하게 나타났다”며 “펜을 사용할 때 손을 정밀하게 제어하며 얻는 시각·동작 정보가 학습을 촉진하는 뇌 연결 패턴에 기여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지털 펜이든 종이에 쓰는 필기든 효과는 유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