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전담팀은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으로부터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정치인 금품수수 사건을 이첩받은 지 5일 만인 15일 통일교 시설, 정치인 거주지, 특검, 구치소 등을 망라하는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들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소시효가 임박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공소시효가 긴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신속한 증거 확보에 나선 것이다. 특검에서 정치인 금품 전달을 진술했던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돌연 입을 닫으면서 물증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도 커졌다.
특별수사전담팀은 국수본 중대범죄수사과 소속 23명 규모로 구성됐지만 이번 압수수색을 위해 10명 이상 임시 인력을 투입했다. 윤 전 본부장의 특검 진술 이후 4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난 만큼 다른 팀을 동원해서라도 빨리 관련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경찰은 통일교 회계자료와 내부문건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재수 의원(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임종성 전 의원,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김규환 전 의원(대한석탄공사 사장) 등 금품수수 혐의를 받는 정치인들 거주지에서는 명품시계 등 뇌물로 받은 물품들 수색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20분쯤 전 의원의 국회 사무실을 찾아 약 4시간 동안 PC 파일 등 자료도 확보했다.
경찰은 11일 윤 전 본부장을 구치소에서 접견하고 특검이 이첩한 사건들의 사실 여부를 확인했으나 별다른 소득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특검이 전달한 통일교 금품수수 명단 중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경우 관련 혐의를 찾지 못해 피의자로 전환하지 않았다.
특별수사전담팀은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김건희 특검팀 사무실도 찾아 금품수수 혐의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특검이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확보하고도 4개월 넘게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배경과 경찰에 이첩하지 않은 사건기록이 있는지 등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해당 사건에 대해 인적·물적·시간상으로 수사 대상이 아니라며, 특정 정당을 의도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건희 특검팀을 이끄는 민중기 특검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10월 경기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특검 조사 과정에서 숨진 양평군 공무원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도 받는다. 당시 공무원이 남긴 자필 메모에는 조사에 대한 심리적 고충과 함께 ‘특검이 (당시 양평군수였던)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 지시에 따랐다는 취지로 진술하라고 회유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