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가 넘었던 청년층의 대인신뢰도(일반적으로 사람들을 신뢰하는 정도)가 10년 새 20%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2명 중 1명 정도만 타인을 신뢰하고 있다는 의미다. 청년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1위로 하위권에 머물렀고, 미래 실현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증가세를 보였다. 우리 사회와 본인들의 삶을 바라보는 청년층의 시선이 점점 차가워지고 있는 것이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연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청년 삶의 질 2025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보고서는 청년의 삶을 구성하는 건강 등 12개 영역 62개 지표를 담은 것으로, 지표설계 과정을 거쳐 올해 첫 발간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19~34세) 인구는 지난해 기준 1040만4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0.1%로 나타났다. 청년 인구 비중은 2000년 28.0%, 2010년 22.9% 등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혼자 사는 청년 비율은 2000년 6.7%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25.8%로 늘었다. 청년 4명 중 1명은 1인 가구인 셈이다.
청년층이 줄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사회적 연결성 역시 옅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타인을 믿지 못하는 청년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급증했다. 유민상 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펴낸 ‘청년의 사회적관계와 웰빙’에 따르면 ‘일반적인 사람들을 믿을 수 있다’는 대인신뢰도는 지난해 기준 19~29세 53.2%, 30~39세 54.7%였다. 이는 2014년과 비교해 19~29세는 21.5%포인트, 30~39세는 20.0%포인트 각각 낮아진 것이다. 50~59세가 같은 기간 16.9%포인트 낮아진 것과 비교하면 청년층의 대인신뢰도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낙심하거나 우울할 때 이야기할 상대가 없다’고 느끼는 청년 비율은 19~29세의 경우 14.4%로 2015년 대비 3.2%포인트 늘었고, 30대도 17.2%로 2015년보다 3.7%포인트 증가했다. 청년들이 심리·정서적 충격을 겪었을 때 완충재가 약화하고 있는 것이다. 유 선임연구위원은 “청년세대에서 가족·친척 이외의 교류가 약화된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사회적 연결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면서 “총체적인 웰빙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청년의 삶의 만족도는 2024년 6.7점으로 2022년과 동일했다. 다만 국제적으로 한국 청년들의 삶 만족도는 낮은 편이었다. 세계행복보고서의 국제 비교 결과를 보면 한국 청년의 삶의 만족도는 2021~2023년 6.50점으로 OECD 38개국 중 31위에 머물렀다.
청년들의 낮은 주관적 웰빙은 미래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졌다. 미래에 대한 기대를 ‘전혀 실현할 수 없다’고 응답한 청년은 2022년 5.23%에서 지난해 7.62%로 증가했다. 계층 이동에 대해 희망을 품고 있는 청년들도 많지 않았다. 본인 노력으로 사회경제적 지위를 높일 수 있다고 믿는 비율은 27.7%에 불과했다. 나이가 들수록 비관적이어서 19∼24세에서 31.3%였다가 30∼34세는 24.5%로 떨어졌다.
청년들의 냉소적 시선은 불충분한 경제적 여건과 무관치 않다. 실제 청년층의 소득 만족도는 2023년 27.7%로 2021년(24.1%) 대비 3.6%포인트 늘었지만 여전히 30% 미만에 그쳤다. 25~29세의 소득 만족도는 2021년 23.9%에서 2023년 28.0%로 늘었는데, 30대 초반(30~34세)의 경우 같은 기간 25.3%에서 26.3%로 사실상 제자리걸음 했다. 사회 진입 후 체감하는 경제적 현실이 그만큼 팍팍해졌단 의미다. 청년 가구의 ‘주택 외 거처’ 비율은 지난해 5.3%로 일반가구(2.2%)에 비해 높았다. 주택 외 거처는 고시원, 고시텔, 숙박업소 등을 말한다.
청년층의 주관·객관적인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미혼 청년 비중도 늘고 있다. 25~29세의 미혼율은 2000년 55.6%에서 지난해 92.2%로, 30~34세는 같은 기간 19.5%에서 66.8%로 3배 이상 증가했다. 30대 초반 기준 남성의 미혼율은 2000년 28.1%에서 지난해 74.7%로 46.6%포인트 증가했고, 여성 미혼율은 같은 기간 10.7%에서 58.0%로 47.3%포인트 늘었다. 미혼율 증가와 함께 혼인시기도 지연되면서 초혼 연령은 상승 추세다. 2000년 남성과 여성의 초혼 연령은 각각 29.3세, 26.5세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남성 33.9세, 여성 31.6세로 나타났다. 여성의 첫 아이 출산 연령은 32.6세(2021년 기준)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