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생생할 순 없다”… 막 오른 ‘마이크로 RGB’ TV전쟁

삼성·LG, 2026년 CES서 진검승부

극강의 색 재현 ‘초프리미엄급’
국내 첫 타이틀 획득 삼성전자
65~85형 라인업… 대중화 포문

LG전자도 첫 제품 ‘에보’ 공개
올레드서 축적한 노하우 적용
“기술·가격 따라 판도 달라질 것”

‘마이크로RGB TV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글로벌 TV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내년 1월 개최되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6’에서 나란히 마이크로RGB TV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서다. 중국 TV 업체들이 가성비(저렴한 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워 기존 액정표시장치(LCD) TV 시장을 빠르게 잠식 중인 가운데, 삼성과 LG가 초프리미엄 라인에 속하는 마이크로RGB TV로 초격차 기술력을 강조하고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출시한 115형 마이크로RGB TV(왼쪽 사진)와 LG전자가 내년 1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6’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마이크로RGB 에보’ 모습. 삼성전자·LG전자 제공

16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RGB는 LCD TV의 필수 구성요소인 백라이트에 쓰이는 광원의 크기를 초소형으로 줄이고, 기존 백색 대신 적색·녹색·청색(RGB) 발광다이오드(LED)를 광원으로 사용하는 기술이다. TV 화질은 얼마나 정밀하게 LED 백라이트를 제어하는지, RGB의 각기 다른 파장을 정확하게 표현하는지에 따라 결정되는데 마이크로RGB는 두 가지 요소 모두를 극한까지 끌어올린 기술인 셈이다.

마이크로RGB TV는 지난 8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앞서 중국 하이센스가 유사한 기술이 적용된 ‘미니 RGB LED TV’를 공개한 바 있는데, 삼성전자는 하이센스보다 훨씬 작은 LED 칩 크기를 구현해 ‘최초’ 타이틀을 가져갔다. 하이센스 제품은 칩 크기가 100마이크로미터(㎛)대로 세 자릿수인 반면, 삼성의 마이크로RGB TV는 90㎛로 두 자릿수다.



삼성전자가 마이크로RGB TV 테이프를 끊자 LG전자도 참전했다. 이날 LG전자는 내년 CES에서 자사 첫 마이크로RGB TV인 ‘LG 마이크로RGB에보’를 최초 공개한다고 밝혔다. LG전자는 “마이크로RGB 에보에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적용해 혁신적인 화질을 구현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LG전자는 정밀 광원 제어 기술로 글로벌 OLED TV 시장에서 13년째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마이크로RGB TV는 디스플레이 기술의 본질인 빛과 색을 가장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는 제품으로 꼽히는 만큼 가격도 높다. 삼성이 출시한 115형 마이크로RGB TV의 출고가는 4490만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이에 다가올 CES에서 마이크로RGB TV 대중화의 포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기존 115형 외에도 65·75·85형 등 프리미엄 TV 수요층이 선호하는 다양한 크기와 가격대의 라인업을 선보이며 소비자 선택 범위를 넓힐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 TV 사업을 담당하는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사장은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 “내년에는 마이크로RGB TV를 소비자가 ‘이 정도면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정도의 가격대로 선보이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삼성과 LG가 마이크로RGB TV 전쟁에 나선 배경엔 프리미엄 TV 시장 주도권이 자리한다. 중국 업체들이 미니 LED 등 상대적으로 기술 수준이 낮은 TV로 물량공세를 펼치며 볼륨존(중간 가격대)을 장악하자, 중국이 따라잡기 힘든 프리미엄 시장을 전장으로 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든 TV 시장에서 단순 해상도나 크기 경쟁은 무의미해지면서 TV의 본질인 ‘색’에서 기술 차별화를 공고히 하겠다는 노림수도 깔렸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RGB TV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OLED TV와 병존할 수 있는 유일한 LCD TV”라며 “어느 업체가 더 빠르게 기술을 고도화하고 설득력 있는 가격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향후 프리미엄 TV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