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키움 내야수 송성문(29)은 ‘대기만성’의 전형 같은 선수다. 서울 장충고를 졸업하고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5라운드, 전체 49번으로 넥센(키움 전신)의 지명을 받아 프로생활을 시작한 송성문은 오랜 기간 그저 그런 백업선수에 머물렀다. 2018년 78경기에서 타율 0.313(211타수 66안타) 7홈런 45타점으로 가능성을 내비치는 듯했으나 다시금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군 복무를 마치고 2021시즌 도중 KBO리그로 돌아온 송성문은 2022시즌부터 생애 첫 풀타임을 소화하며 서서히 잠재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입단 10년 차였던 2024시즌 타율 0.340(527타수 179안타) 19홈런 104타점 21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927로 잠재력이 만개하며 단숨에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하나로 우뚝 섰다.
올 시즌에 부진했다면 지난 시즌의 활약이 우연이었겠지만, 2025시즌에도 송성문은 리그 최고로 군림하며 지난 시즌의 대폭발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증명했다. 144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타율은 0.315(574타수 181안타)로 지난해보다 떨어졌지만, 홈런을 26개나 몰아치며 중장거리 타자로 거듭났다. 90타점, 103득점, 25도루 OPS 0.917로 리그 최고의 호타준족 내야수가 됐다. 데뷔 11년 만에 3루수 골든글러브 수상의 기쁨을 누렸고, 각종 시상식에서 ‘송성문’의 이름 석 자가 호명됐다.
물론 마냥 장밋빛 전망만 들려오는 건 아니다. 현실적이고 냉정한 평가도 있다. 지난 15일 MLB 통계 전문 팬그래프닷컴은 송성문을 ‘백업 내야수’ 수준의 성적을 낼 것이라 전망했다. 야구 예측 시스템 ‘스티머’로 도출한 송성문의 2026시즌 예상 성적은 36경기 출전 145타석 타율 0.251 3홈런 15타점 3도루 출루율 0.307 장타율 0.372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0.4에 불과하다. 정규리그 162경기를 치르는 MLB에서 36경기를 출전한다는 건 후보선수 정도에 불과하다는 혹평이다.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MLB에 진출한 김혜성은 계약 마감시한을 3시간 남긴 시점에 ‘버저비터’로 가까스로 다저스와의 계약을 확정했다. 아직 이렇다 할 협상 진척이 없는 송성문 역시 마감시한을 코앞에 두고 계약에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송성문은 MLB에 무조건 진출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키움과 맺은 6년 120억원보다 계약조건이 좋지 않거나 마이너리그 계약일 경우 KBO리그에 남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과연 송성문의 남은 일주일은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