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서 리그 대표타자로… 대기만성 송성문… 아메리칸 드림 이룰 운명의 일주일

포스팅 시스템 통해 MLB 30개 구단과 협상

홈런 26개 등 2025년 144경기 전경기 출장
90타점·103득점·25도루 ‘호타준족’
시즌 중 홈 키움과 6년 120억 계약

美 현지매체 “최소 5개 팀 관심 보여”
송, 기존보다 조건 나쁘면 잔류 의향

프로야구 키움 내야수 송성문(29)은 ‘대기만성’의 전형 같은 선수다. 서울 장충고를 졸업하고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5라운드, 전체 49번으로 넥센(키움 전신)의 지명을 받아 프로생활을 시작한 송성문은 오랜 기간 그저 그런 백업선수에 머물렀다. 2018년 78경기에서 타율 0.313(211타수 66안타) 7홈런 45타점으로 가능성을 내비치는 듯했으나 다시금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군 복무를 마치고 2021시즌 도중 KBO리그로 돌아온 송성문은 2022시즌부터 생애 첫 풀타임을 소화하며 서서히 잠재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입단 10년 차였던 2024시즌 타율 0.340(527타수 179안타) 19홈런 104타점 21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927로 잠재력이 만개하며 단숨에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하나로 우뚝 섰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 메이저리그(MLB) 진출에 나선 키움 송성문의 협상 마감시한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와 그의 ‘아메리칸 드림’이 이뤄질지 관심을 모은다. 사진은 지난 8월3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전에서 안타를 친 뒤 1루로 달려나가는 모습. 키움 히어로즈 제공

올 시즌에 부진했다면 지난 시즌의 활약이 우연이었겠지만, 2025시즌에도 송성문은 리그 최고로 군림하며 지난 시즌의 대폭발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증명했다. 144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타율은 0.315(574타수 181안타)로 지난해보다 떨어졌지만, 홈런을 26개나 몰아치며 중장거리 타자로 거듭났다. 90타점, 103득점, 25도루 OPS 0.917로 리그 최고의 호타준족 내야수가 됐다. 데뷔 11년 만에 3루수 골든글러브 수상의 기쁨을 누렸고, 각종 시상식에서 ‘송성문’의 이름 석 자가 호명됐다.



2025시즌 도중 키움과 6년 총액 120억원의 비자유계약선수(FA) 다년계약을 맺어 한국에서 ‘등 따습고 배부르게’ 뛸 수 있게 됐지만 송성문은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한 미국 메이저리그(MLB) 도전에 나선 것이다. 이제 그의 ‘아메리칸 드림’은 일주일 안에 결정된다. MLB 포스팅 절차에 들어간 송성문은 한국시간으로 22일 오전 7시(미국 동부시간 21일 오후 5시)까지 MLB 30개 구단과 협상을 진행한다. 협상 마감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미국 현지에서도 송성문의 이름은 간간이 들려오고 있는 만큼 MLB 진출 가능성은 충분하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 기자 호르헤 카스티요는 지난 14일 “송성문에게 관심을 보이는 팀이 최소 5개에 이른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달 초 디 애슬레틱은 송성문을 언급하며 “뒤늦게 기량을 꽃피운 송성문은 다재다능한 내야수”라면서 “최근 2년 동안 공격력도 크게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김혜성의 소속팀인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소식을 주로 전하는 매치인 ‘다저스웨이’는 송성문의 예상 행전지로 다저스와 김하성이 뛰었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꼽기도 했다.

물론 마냥 장밋빛 전망만 들려오는 건 아니다. 현실적이고 냉정한 평가도 있다. 지난 15일 MLB 통계 전문 팬그래프닷컴은 송성문을 ‘백업 내야수’ 수준의 성적을 낼 것이라 전망했다. 야구 예측 시스템 ‘스티머’로 도출한 송성문의 2026시즌 예상 성적은 36경기 출전 145타석 타율 0.251 3홈런 15타점 3도루 출루율 0.307 장타율 0.372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0.4에 불과하다. 정규리그 162경기를 치르는 MLB에서 36경기를 출전한다는 건 후보선수 정도에 불과하다는 혹평이다.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MLB에 진출한 김혜성은 계약 마감시한을 3시간 남긴 시점에 ‘버저비터’로 가까스로 다저스와의 계약을 확정했다. 아직 이렇다 할 협상 진척이 없는 송성문 역시 마감시한을 코앞에 두고 계약에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송성문은 MLB에 무조건 진출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키움과 맺은 6년 120억원보다 계약조건이 좋지 않거나 마이너리그 계약일 경우 KBO리그에 남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과연 송성문의 남은 일주일은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