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가 넘었던 청년층의 대인신뢰도(일반적으로 사람들을 신뢰하는 정도)가 10년 새 20%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2명 중 1명 정도만 타인을 신뢰하고 있다는 의미다. 청년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1위로 하위권에 머물렀고, 미래 실현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증가세를 보였다. 우리 사회와 본인들의 삶을 바라보는 청년층의 시선이 점점 차가워지고 있는 것이다.
◆대인신뢰 10년새 20%P 감소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연구원은 전날 이런 내용을 담은 ‘청년 삶의 질 2025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7일 밝혔다. 청년(19~34세) 인구는 지난해 기준 1040만4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0.1%로 집계됐다. 청년 인구 비중은 2000년 28.0%에서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혼자 사는 청년 비율은 2000년 6.7%에서 지난해 25.8%로 늘었다.
청년층이 줄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사회적 연결성 역시 옅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타인을 믿지 못하는 청년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급증했다. ‘일반적인 사람들을 믿을 수 있다’는 대인신뢰도는 지난해 기준 19~29세 53.2%, 30~39세 54.7%였다. 이는 2014년과 비교해 19~29세는 21.5%포인트, 30~39세는 20.0%포인트 각각 낮아진 것이다. ‘낙심하거나 우울할 때 이야기할 상대가 없다’고 느끼는 청년 비율은 19~29세의 경우 14.4%로 2015년 대비 3.2%포인트 늘었고, 30대도 17.2%로 2015년보다 3.7%포인트 증가했다.
청년의 삶의 만족도는 2024년 6.7점으로 2022년과 동일했다. 다만, 국제적으로 한국 청년들 삶의 만족도는 낮은 편이었다. 국제 비교 결과를 보면 한국 청년의 삶의 만족도는 2021~2023년 6.50점으로 OECD 38개국 중 31위에 그쳤다.
청년들의 낮은 만족도는 미래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졌다. 미래에 대한 기대를 ‘전혀 실현할 수 없다’고 응답한 청년은 2022년 5.23%에서 지난해 7.62%로 증가했다. 계층 이동에 대해 희망을 품고 있는 청년들도 많지 않았다. 본인 노력으로 사회·경제적 지위를 높일 수 있다고 믿는 비율은 27.7%에 불과했다. 나이가 들수록 비관적이어서 19∼24세에서 31.3%였다가 30∼34세는 24.5%로 떨어졌다.
청년들의 냉소적 시선은 불충분한 경제적 여건과 무관치 않다. 실제 청년층의 소득 만족도는 2023년 27.7%로, 2021년(24.1%) 대비 3.6%포인트 늘었지만 여전히 30% 미만에 그쳤다.
미혼 청년 비중도 늘고 있다. 25~29세의 미혼율은 2000년 55.6%에서 지난해 92.2%로, 30~34세는 같은 기간 19.5%에서 66.8%로 3배 이상 증가했다. 30대 초반 기준 남성의 미혼율은 2000년 28.1%에서 지난해 74.7%로 46.6%포인트 증가했고, 여성 미혼율은 같은 기간 10.7%에서 58.0%로 47.3%포인트 늘었다.
◆육아휴직 쓰면 둘째 더 낳았다
수도권에 살거나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우 둘째 이상을 출산할 확률은 높아졌다.
같은 날 국가데이터처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15~2023년 인구동태패널통계 개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통계는 1983~1995년생을 추적 관찰해 경제·사회적 조건이 결혼과 출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한 것으로 이번에 처음 공표됐다. 여기에 혼인 비율이 가장 높은 남성 32세, 여성 31세의 혼인·출산 변화 비율을 추가로 분석했다. 1983년생과 1988년생 남성, 1984년생과 1989년생 여성이 그 대상이다.
조사 결과 2015년 기준 32세(1983년생)의 누적 혼인 비율은 42.8%였으나 8년 뒤인 2023년 32세(1991년생)는 이 수치가 24.3%에 불과했다. 2015년 미혼이었던 32세 남성(1983년생)을 3년간 지켜본 결과 3년 뒤 24.1%가 결혼했지만, 1988년생(2020년 기준)은 15.5%만 결혼을 선택했다. 여성 역시 31세 미혼을 기준으로 1984년생은 3년 뒤 28.4%가 결혼했으나 1989년생은 19.1%에 머물렀다.
거주지에 따른 차이도 분명했다. 2015년 기준 5개 권역(수도권·충청권·호남권·대경권·동남권) 중 수도권에 사는 1983년생 남성의 미혼 비율은 58.6%로 가장 높았다. 3년 후 혼인 변화 비율은 24.7%로 5개 권역 중 대경권과 함께 호남권(23.6%) 다음으로 가장 낮았다. 미출산 비율도 2015년 기준 수도권이 75.2%로 가장 높았고, 3년 후 출산 변화 비율은 수도권(20.6%)이 가장 낮았다.
소득 수준도 3년 뒤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비율에 영향을 미쳤다. 2015년 32세이던 1983년생 남성을 기준으로 소득이 평균을 초과하는 집단은 3년 뒤 40.7%가 혼인 상태로 전환됐지만, 평균 이하 집단은 그 비율이 23.0%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출산으로 변화한 비율도 소득 평균 초과(35.2%) 집단이 평균 이하(18.2%)보다 높았다.
‘내 집 마련’ 여부에 따른 격차도 컸다. 주택을 소유한 1985년생 남성은 3년 뒤 31.5%가 출산을 경험했지만 무주택자는 그 절반 수준인 15.3%에 그쳤다. 1988년생 남성 기준으로 3년 후 출산 변화 비율은 주택 소유 집단(26.5%)이 미소유 집단(12.5%)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저출생 대응정책 중 하나인 육아휴직의 실질적인 효과도 확인됐다. 2015~2020년 첫째 아이를 낳은 상시근로자를 추적한 결과, 여성의 경우 육아휴직 사용자의 3년 후 다자녀 비율은 39.2%로 미사용자(30.1%)보다 9.1%포인트 높았다. 남성 역시 육아휴직을 쓴 경우 다자녀 비율이 46.4%를 기록해 미사용자(39.9%)를 상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