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공개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누적 시청자 수는 3억명을 이미 넘었고, 공개 10주 차에는 넷플릭스 역대 영화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삽입곡 ‘골든’은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며 OST로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공개된 지 반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케데헌의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케데헌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작품 속에 한국의 문화적 요소가 전면적으로 녹아 있다는 점이다. 한의원 방문과 목욕탕 이용 등 한국인의 일상적 생활양식은 물론, 김밥이나 국밥과 같은 전통 음식까지, 다양한 한국적 일상의 모습이 애니메이션 곳곳에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이처럼 케데헌은 한국적인 것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전 세계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도록 재구성한 융합형 K콘텐츠의 또 다른 성공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케데헌을 크리스 애펠핸스와 함께 연출한 메기 강 감독은 1.5세대 한국계 캐나다인이다. 그녀의 다문화적인 정체성은 문화 간 접점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주 배경을 지닌 창작자가 자신의 다문화적 경험과 관점을 글로벌 콘텐츠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환경 역시 케데헌의 탄생을 가능케 한 중요한 조건이었을 것이다.
케데헌은 오늘날 글로벌 콘텐츠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인상적인 사례다. 단일한 문화의 일방적 수출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고 섞이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그것을 창의적으로 소화할 문해력과 감수성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양경은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