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사장단 인사… 미래차 성장동력 확보 ‘승부수’

사장 4명 등 219명 승진

연구개발 ‘투톱’ 교체 단행 파격
만프레드 하러 R&D 본부장에
‘AVP’는 자율주행 전문 물색설

기획조정 장재훈, 그룹담당으로
완성차서 에너지·AI 연계 전략
승진 규모 감소·40대 중용도 주목

현대차그룹이 18일 미래 모빌리티 성장 동력 확보에 방점을 찍은 연말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사장 4명과 부사장 14명, 전무 25명, 상무(신규 선임) 176명 등 219명이 승진했는데, 전년보다 승진 규모를 줄이고 40대 차세대 리더와 연구개발(R&D) 분야 인재를 중용한 게 두드러진다. 미국 빅테크(거대기술기업)들이 자율주행 상용화 초입에 들어선 가운데 현대차도 R&D 분야 혁신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양대 연구개발 조직 수장 동시 교체

(왼쪽부터) 만프레드 하러 사장, 정준철 사장, 윤승규 사장, 이보룡 사장

현대차·기아 R&D 본부와 첨단차플랫폼(AVP) 본부 수장이 동시에 교체됐다. 현대차·기아 연구개발 조직은 미래차에 초점을 맞춘 ‘AVP 본부’와 기본적인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R&D 본부’로 나뉘는데 이번 인사에서 양대 수장이 모두 바뀐 것이다.

 

차기 R&D본부장에는 독일 포르쉐 출신의 차량 성능 전문가인 만프레드 하러 사장이 선임됐고, 지난 5일 자진 퇴임한 송창현 AVP 본부장의 후임은 이른 시일 내 선임될 예정이다. 최근 테슬라가 첨단 주행 보조기능인 감독형 풀셀프드라이빙(FSD)을 도입하는 등 자율주행 분야에서 앞서가자 현대차도 R&D 조직 쇄신에 힘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송 전 사장 후임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도 자율주행 전문가를 외부에서 물색하고 있기 때문이란 말이 나온다.

 

현대차는 송 전 사장이 주도해온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개발전략 수립과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 자율주행 기술 ‘아트리아 인공지능(AI)’ 기술 내재화 등은 예정대로 추진할 계획이다.

 

◆완성차 그룹→에너지·AI 그룹 확장

 

사장 승진자는 4명으로 만프레드 하러·정준철 부사장과 기아 윤승규 부사장, 현대제철 이보룡 부사장이 신임 사장에 올랐다. 2023년부터 현대제철 대표이사를 맡았던 서강현 사장은 그룹 기획조정담당으로 이동했고, 기존에 기획조정과 완성차 담당을 겸했던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담당’ 업무를 맡게 됐다. 장 부회장의 역할이 강화되며 계열사 간 사업 조율과 시너지 창출 기능을 도모한 게 눈에 띈다.

 

서 사장이 그룹사 간 사업 최적화를 주도하고, 상급자인 장 부회장은 미래 사업과 기술 확보를 위한 그룹 차원의 실행을 진두지휘하는 구조다. 장 부회장은 특히 모빌리티, 수소 에너지, 로보틱스 등 핵심 미래 사업의 전반적인 방향과 사업 간 유기적인 연계를 총괄 조율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완성차’를 중심으로 한 수직계열화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 AI분야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올해부터 4년간 미국에 260억달러(38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장 부회장이 대미 투자 집행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70만t 규모의 미국 루이지애나주 전기로 제철소 건설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생산능력 확대, 3만대 규모의 로봇 공장도 신설 등이 투자 대상으로 꼽힌다.

 

이번 인사에선 승진 규모를 줄이고 40대를 중점 기용한 게 눈에 띈다. 신임 사장부터 상무까지 승진자는 219명으로 지난해 임원 인사(239명) 때보다 20명 줄었다. 신규 선임된 상무 중 40대 비율은 49%로 2020년(24%)보다 2배가량 늘었고, 승진한 임원의 약 30%를 R&D와 주요 기술 분야에서 발탁했다.

 

또 김정아 이노션 사장을 포함해 이번에 승진한 여성 임원은 11명으로 현대차의 전체 여성 임원 수는 55명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