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만 해도 몽골에서 신선한 생크림 케이크를 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몽골인들은 전통 유제품인 ‘으름(өрөм)’에 설탕을 곁들여 빵에 발라 먹는 방식을 즐겨왔고, 척박한 기후와 미비한 냉장 물류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유통기한이 짧은 생크림 제품의 시장 안착을 가로막는 장벽이었다.
변화의 물결은 2016년 CJ푸드빌의 뚜레쥬르가 몽골 시장에 진출하면서 시작됐다. 울란바토르 주요 상권을 공략한 뚜레쥬르는 한국식 베이커리 특유의 다채로운 제품군과 안정적인 품질, 쾌적한 매장 환경을 앞세워 현지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생일이나 기념일에 케이크를 주고받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뚜레쥬르의 생크림 케이크는 몽골 내 ‘행사용 디저트’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뚜레쥬르는 몽골에서만 20여개 매장을 운영하며 명실상부한 ‘몽골 국민 베이커리’ 반열에 올랐다. 진출 초기부터 과일을 풍성하게 활용한 생크림 케이크를 선보인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매일 신선하게 굽는 빵’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공고히 한 뚜레쥬르는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지난 8일 몽골 제2의 도시인 다르항(Darkhan)에도 신규 매장을 오픈하며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도 지난 10월 울란바토르에 1호점인 ‘자이산 스퀘어점’을 열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경쟁사보다 진출은 늦었지만 파리바게뜨가 연내 울란바토르 시내에 매장 두 곳을 추가로 열 계획을 밝히면서 본격적인 세력 대결이 점쳐지고 있다.
커피·디저트 전문 브랜드의 공세도 거세다. 가성비를 앞세운 메가MGC커피는 지난해 진출 이후 1년 만에 5호점까지 확장하며 현지인의 일상을 파고들었다. 프리미엄 전략 대신 합리적인 가격과 빠른 회전율을 강조하며 ‘매일 즐기는 커피’라는 포지셔닝에 성공한 결과로 보인다.
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 ‘디저트39’도 크로칸슈와 대용량 음료를 앞세워 상륙,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샷 문화를 주도하며 몽골 외식 시장의 고급화와 ‘K-디저트’ 열풍을 견인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몽골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한 성장 잠재력에 있다.
몽골은 전체 인구의 60% 이상이 35세 미만인 ‘젊은 국가’로 서구식 식문화와 새로운 트렌드 수용도가 높다고 알려졌다. 한국 거주 경험이 있는 인구도 적지 않아 ‘K-푸드’ 심리적 장벽이 낮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실제 한 통계에 따르면 울란바토르 인구는 1990년 57만명에서 올해 약 173만명으로 3배 이상 급증하며 기업들이 입맛을 다실 정도로 거대한 소비 시장을 형성했다.
물론 과제도 남아있다. 몽골의 극단적인 기후 조건 속에서 신선 디저트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여전히 까다로운 숙제다. 한국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단맛 선호도와 소비 빈도를 고려한 현지화 전략이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앞으로도 건강하고 신선한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로서 몽골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척박한 초원을 달콤하게 물들이고 있는 ‘K-디저트’의 진격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