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구소는 황제펭귄 대규모 번식지인 남극 로스해 쿨먼섬에서 황제펭귄 새끼 개체 수가 작년보다 약 70% 감소했다고 19일 밝혔다.
대형 빙산이 번식지 길목을 막으면서 새끼에게 먹이를 주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극지연구소는 지목했다.
쿨먼섬은 남극 로스해에서 가장 큰 황제펭귄 번식지로, 새끼 수가 지난해 2만2천마리에서 올해 6천700마리로 급감했다. 인근 번식지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위성 자료를 분석한 박진구 박사는 "난센 빙붕에서 분리된 빙산의 이동 경로가 다른 주요 서식지들도 지나는 것으로 나타나, 빙붕 붕괴가 황제펭귄 등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연구팀은 이번 사례를 내년에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 등 관련 국제기구에 공식 보고할 계획이다.
로스해는 100만 마리 이상의 아델리펭귄과 수만 마리의 황제펭귄을 비롯해 고래, 물범, 바닷새, 크릴 등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보호구역이다.
극지연구소는 지난 2017년부터 해양수산부 연구개발(R&D) '로스해 해양보호구역의 보존 조치 이행에 따른 생태계 변화 연구'를 수행 중이며, 현장 조사와 위성·항공 등 원격탐사 기법을 결합해 황제펭귄 등 주요 종의 개체수 변화와 주변 환경 요인을 장기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이번 사태는 기후변화가 남극 생태계에 야기하는 예측 불가능한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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