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벌금형 선고를 유예받았다. 자신의 무죄를 주장해온 민주당 의원들은 항소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김정곤)는 19일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박범계 의원에게 벌금 3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박주민 의원에게도 벌금 3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처벌을 사실상 면해주는(면소) 처분이다.
재판부는 김병욱 대통령실 정무비서관에게는 벌금 1000만원, 이종걸 전 의원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표창원 전 의원은 벌금 300만원 선고가 유예됐다. 이들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보좌진과 당직자에게는 200만∼300만원의 벌금형이 각각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 행위가 면책특권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폭력적인 방법으로 방해한 피고인의 행위는 의정활동의 목적에 벗어나는 것으로 면책특권 대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국회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 등 객관적인 증거에 의할 때 범죄사실 기재와 같은 피고인들의 유형력 행사, 폭행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라며 “피고인들에 대한 폭력행위처벌법, 공동폭행 공소사실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범행이 한국당 관계자의 국회 내 점거, 봉쇄로 국회가 마비되고 의사 진행이 장기간 중단되는 특수한 의정 환경에서 불가피하게 촉발된 면이 있음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박범계 의원에게 벌금 400만원, 박주민 의원에게 벌금 300만원을 구형하는 등 피고인들에게 200만∼1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었다. 이날 법원 판단으로 피고인 모두 당선무효형을 피했다. 이들은 폭력행위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는데, 이 같은 일반 형사사건에서는 금고 이상 형이 선고돼야 의원직이 상실된다.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은 법정을 나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박주민 의원은 “국민의힘은 국회 의안과 불법점거 등 회의를 막기 위한 물리력 행사도 서슴지 않았다”며 “검찰은 국회법 위반 가해자가 아닌 합법적 절차를 수호하려면 민주당 의원과 보좌진에게 터무니없는 혐의를 씌웠다”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은 “항소해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폭력에 저항한 것이 정당했다고 끝까지 밝히겠다”고 밝혔다.
김병욱 대통령실 정무비서관도 “재판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해서 실체적 진실을 밝혀나가겠다”고 했다.
박범계 의원 역시 아쉬움을 표했다. 박범계 의원은 “저희(민주당) 기소는 윤석열에 의해 자행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에 앞장선 의원에 대한 선별적, 차별적, 정치 보복적 기소였다”며 “이 재판과 관련해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서 항소를 해야 하나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선고는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이 재판에 넘겨진 2020년 1월 이후 5년 11개월 만이다. 사건 당시인 2019년 4월로부터는 6년 8개월 만이다. 이 사건은 공수처 신설 법안,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법안 등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할지를 두고 민주당과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극한 대치를 벌이다가 물리적으로 충돌한 사건이다.
같은 사건으로 기소됐던 국민의힘 관계자 26명은 앞서 모두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아 당선무효형을 피했다.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지만, 일부 피고인이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