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재산업화를 추진해 경쟁력을 유지하고자 합니다. 이 과정에서 고려아연과의 협력은 매우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제이콥 헬버그 미국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은 최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헬버그 차관은 인터뷰를 통해 미국이 추진 중인 새로운 공급망 안보 구상인 ‘팍스 실리카(Pax Silica)’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미국의 경제안보 전략이 △무역 구조 재균형 △분쟁 지역 안정 △미국의 재산업화 △공급망 안전 확보라는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됐고, 특히 재산업화와 공급망 확보 과정에서 고려아연의 테네시주 클락스빌 제련소 프로젝트가 갖는 상징성을 강조했다.
‘팍스 실리카’는 미국이 한국, 일본, 호주, 영국 등 8개 동맹국과 협력해 반도체와 핵심 광물 등 미래 산업의 공급망을 중국의 독점으로부터 보호하고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다자간 협력체다. 헬버그 차관은 이와 관련 “팍스 실리카를 통해 우리(동맹국)는 경제안보 분야에서 협력하는 동시에 반도체 공장, 데이터센터, 그리고 클락스빌에 있는 고려아연 정련 시설과 같은 프로젝트에 공동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며 재차 고려아연 사례를 언급했다.
헬버그 차관은 이번 고려아연 프로젝트에서 특히 주목할 점으로 미국 정부의 전례 없는 ‘범정부적 접근’을 꼽았다. 헬버그 차관은 “전쟁부가 협력의 핵심 축이었으며, 정부 전체가 함께 움직인 좋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고려아연의 미국 현지 제련소 건설에는 약 10조9000억원(약 74억달러)이 투입되는데, 이 과정에서 미 전쟁부와 상무부 등 정부 기관이 직접적인 지분 투자와 정책 금융을 지원하는 이례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민간 투자를 넘어 미국 정부가 핵심 광물 공급망을 자국 내에 내재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이정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가 생산할 예정인 광물은 아연 30만t, 연 20만t, 구리 3만5000t, 은 1000t, 금 5만8000t과 안티모니 2559t을 비롯한 희소금속 8종 등”이라며 “해당 광물들은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방위산업 등에 필요한 원재료들로, 전략광물의 밸류체인 다변화를 추진하는 미국의 니즈와 합치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