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롭·분노 미끼·67… 요즘 말 따라가기 어렵네

2025년이 저물어가는 이맘때 해외 각 출판사 등은 ‘올해의 단어’를 발표한다. 인공지능(AI) 등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한 단어들이 많은데, 무슨 뜻인지 다 안다면 당신은 ‘트렌드세터’일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을 편찬·발간하는 옥스퍼드대 출판부 옥스퍼드 랭귀지스 사업부는 올해의 단어로 ‘분노 미끼(rage bait·레인지 베이트)’를 꼽았다.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창작 영상들. 유튜브 채널 Ai-ClipVerse·The Animal Vault TV 캡처

분노 미끼는 온라인 조회수를 높일 목적으로 이를 읽거나 보는 이들에게 분노나 짜증을 유발하기 위해 만든 글·그림·영상 등 콘텐츠를 가리키는 말이다. 한국으로 치면 사이버 래커나 극우·극좌 정치 유튜브 채널 콘텐츠 등이 예가 될 수 있다. 

 

‘클릭베이트(clickbait)’, 이른바 낚시 글은 호기심 유발로 그치지만, 분노 미끼는 분노나 공분을 일으켜 클릭을 유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단어는 2002년에도 있었던 표현이지만 최근 사용이 급증했다. 

 

미국 사전 출판사 메리엄웹스터는 ‘슬롭(slop)’을 올해의 단어로 제시했다. 

 

슬롭은 원래는 먹고 남은 음식 찌꺼기를 말한다. 요즘에는 AI를 이용해 대량으로 생산하는 질 낮은 디지털 콘텐츠를 말한다. AI로 대충 쓴 책이나 조잡한 AI 영상 등이 슬롭에 해당한다. 인터넷 시대 쓰레기가 ‘스팸’이었다면 AI 시대는 슬롭이 된 셈이다. 

 

메리엄웹스터는 사람들이 슬롭을 짜증스러워하면서도 열광적으로 소비했다고 평가했다. 

 

슬롭은 영국 시사주간지가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올해의 단어에도 올랐다.

 

인공지능(AI)이 코딩을 짜고 있는 모습. 해당 이미지는 AI로 만들었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풋볼 선수 트래비스 켈시와의 약혼 소식을 공개했다. 이 소식에 공감하며 내 친구 일처럼 기뻐하는 것을 ‘패러소셜’이라고 한다.  테일러 스위프트 인스타그램 캡처

영국 콜린스사전의 올해의 단어도 AI와 관련이 있다. 콜린스사전이 선택한 것은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다. 사람이 프로그래밍 코드를 컴퓨터 언어로 본인이 직접 짜지 않고 AI에 지시해 만든 것을 말한다. 프로그래머가 직접 코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AI와 프롬프트로 소통하며 AI가 생성한 코드를 테스트하고, 수정하고, 다시 지시하는 작업을 반복한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공동 창립자이자 테슬라의 전 AI 리더인 컴퓨터 과학자 안드레이 카르파티가 이 용어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사전은 올해의 단어에 ‘패러소셜(parasocial)’을 선정했다. 패러소셜이란 유명인이나 인플루언서, 챗봇과의 친밀한 관계를 말한다. 실제 상대는 나를 모르고, 상호작용도 없지만 나 혼자 일방적으로 친구처럼 정서적 친밀감, 유대감을 느끼는 것이다. 케임브리지사전 측은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미국 프로풋볼 선수 트래비스 켈시가 약혼을 발표했을 때 전세계 팬들이 기뻐한 것을 예로 들었다. 유튜버 혹은 챗봇이 하는 말을 들고 “나를 이해해준다”고 느끼는 경우도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패러소셜이 건전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상대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번질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화를 유발하는 콘텐츠를 올리는 ‘분노 미끼’가 옥스퍼드대 출판부 올해의 단어에 선정됐다. 게티이미지

미국 온라인 사전사이트 딕셔너리닷컴은 ‘67’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올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10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 온라인 밈이다. 

 

이 단어는 저글링 하듯 양손을 번갈아 위아래로 흔들며 ‘six-seven(식스-세븐)’이라고 말한다. 명확한 뜻 없이 감탄사처럼 그냥 내뱉는다. 

 

미국 래퍼 스크릴라의 노래 ‘Doot Doot(6 7)’에 등장하며, 키가 6피트 7인치(200.66㎝)인 농구선수 라멜로 볼의 영상에 해당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면서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