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2만7000점 증발… 가족 모임에서 시작된 범죄 공모의 전말은?

초대형 귀금속 센터 절도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유튜브 채널 'E채널' 영상 캡처

초대형 귀금속 센터 절도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지난 19일 방송된 티캐스트 E채널 ‘용감한 형사들4’에서는 33년간 강력계 형사로 현장을 누볐던 문대봉 형사와 형사 생활만 21년을 하며 활약한 권영수 형사가 출연해 직접 해결한 수사 일지를 공개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국내 범죄사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든 초대형 귀금속 절도 사건의 전말이 공개됐다. 

 

사건은 새벽 시간 강력팀으로 “누군가 침입한 것 같다”는 신고로 시작됐다. 범행 장소는 당시 동양 최대 규모로 불리던 귀금속 판매 센터로, 29개 업체가 입주해 있었고 전시된 보석과 귀금속만 10만 점이 넘었다. 

케이스만 남기고 모두 사라진 보석. 유튜브 채널 'E채널' 영상 캡처

현장에는 진열장에 있던 보석이 사라지고 케이스만 남아 있었으며, 29개 업체 중 24곳이 피해를 입었다. 도난당한 물품은 2만7000점 이상, 시가로는 100억 원대에 달했다.

 

범행 수법은 치밀했다. 범인들은 건물 뒤편 화장실 창문을 통해 침입해 나무로 된 화장실 문에 구멍을 뚫고 내부로 진입했다. 

 

보석이 담긴 케이스는 진열장 바닥과 고정돼 있었고, 보석과 케이스 또한 바코드 줄로 연결돼 있었지만 범인들은 이를 모두 해체한 뒤 값비싼 물품과 보증서만 골라 챙겨갔다. 단독 범행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었다.

단독 범죄로 보기 어려운 상황. 유튜브 채널 'E채널' 영상 캡처

수사 과정에서 센터에 설치된 열감지기 센서 15개 중 13개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업체 사장들은 보안업체 직원을 의심했다. 

 

사건 이틀 전, 보안업체 직원 두 명이 센서를 점검하며 1시간 넘게 센터 내부를 돌아다녔다. 작업복을 입고 업체 로고가 붙은 화물차도 타고 왔지만 이들은 실제 보안업체 직원이 아니었다. 

 

이에 수배 전단지를 제작하고 전·현직 관련 종사자 2500여명을 확인하며 수사를 확대했다. 이후 수사팀은 센터 인근에서 화물차를 발견했고, 적재함에서 범인들이 놓고 간 검정색 가방과 일부 보석을 수거했다. 

 

수사를 이어가던 중 결정적인 단서는 서울의 한 사설 감정소에서 나왔다. 사건이 잠잠해지면 범인들이 장물을 처분할 것으로 봤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범행에 가담한 4형제. 유튜브 채널 'E채널' 영상 캡처

50대 남자와 젊은 남자가 서로 다른 시기에 같은 모양의 금괴를 순금으로 바꿔달라고 왔다는 것이다. 가족관계 증명서를 확인해 보니 이들은 형제였으며, 금은방을 운영하다 장물 취급 전과가 있던 셋째를 중심으로 4형제가 범행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났다.

 

잠복 수사와 탐문 끝에 형사들은 4형제와 소매치기 전과자인 공범까지 총 5인을 검거했다. 이들이 머물던 여관에서는 대량의 보석이 발견됐고, 일부는 이미 순금으로 바꿔 2억5000만 원이 계좌로 입금된 사실도 확인됐다. 

수사팀에 의해 회수된 보석. 유튜브 채널 'E채널' 영상 캡처

수사 결과 셋째와 공범은 귀금속 센터 절도 외에도 여러 지역의 금은방을 연쇄적으로 털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범행은 가족 모임에서 셋째의 제안으로 시작됐고, 형제들은 역할을 나눠 범행과 장물 처분을 진행했다. 

 

이들은 “우연찮게 해서… 들어가도 될 것 같아서 들어갔다”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주범인 셋째는 귀금속 유통과 금 가공에 대한 지식을 범행에 활용했다. 재판 결과 셋째와 공범은 징역 5년, 둘째는 징역 2년, 첫째와 막내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