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9일 법무부에 “재력에 따라 범칙금을 차등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동일한 경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재산이나 소득 수준에 따라 범칙금을 다르게 매기는 ‘차등 범칙금제’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같은 금액을 부과하는 것이 공정한가, 아니면 같은 부담을 지우는 것이 공정한가. 양쪽 모두 헌법적 가치에 기댄다. 결론 내리기가 쉽지 않다.
현행 범칙금은 소득과 무관하게 동일 금액을 부과한다. 겉보기엔 공정하다. 하지만 처벌의 본질은 ‘금액’이 아니라 체감되는 불이익이다. 연봉 수억원의 고소득자에게 10만원은 불쾌한 알림 정도에 불과하지만, 저소득자에겐 생계와 직결된다. 같은 신호위반, 같은 과속인데 누군가는 커피 한 잔 값으로 끝나고, 누군가는 한 달 생활비를 잃는다는 의미다. 현행 정액 범칙금 제도가 안고 있는 이 불균형은 오래전부터 “법 앞의 평등”이라는 문구와 충돌해 왔다.
정액제 범칙금은 처벌의 억제 효과가 계층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에서 분명한 한계를 갖는다.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소득연동 범칙금, 이른바 차등 범칙금이다. 역시 무조건적인 해법은 아니다. 범칙금은 형벌의 일종이며, 형벌은 행위에 대한 책임이라는 원칙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소득을 과도하게 반영할 경우, 처벌이 행위가 아니라 개인의 경제적 지위에 따라 달라진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서다. 법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해칠 위험이 있다. 그래서 제도화에 성공한 나라도 많지 않다.
범칙금의 목적이 법 준수라면, 그 효과가 계층에 따라 왜곡되지 않도록 조정하는 논의 자체를 금기시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도입 여부’가 아니라 ‘설계 방식’에 있다. 예를 들어 상습 과속이나 난폭 운전과 같은 위반에 한해, 소득 요소를 반영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이때 상한선을 둬 과잉 처벌 논란을 차단해야 한다. 소득 파악의 정확성, 개인정보 보호 등 행정의 면밀한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 법은 도덕적 선언이 아니라 작동하는 규칙이다. 다만 그 조정은 법치의 안정성과 국민적 수용성이라는 경계선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단계적 시범 도입과 충분한 검증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