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폰 쓰려면 무조건 ‘얼굴’ 필요…“성형수술하라고?” 반발 이유는

23일부터 휴대폰 개통시 ‘안면인증’ 시범적용
국힘 “민감한 생체 정보를…우리 국민만 의무”

오는 23일부터 휴대폰 개통 시 안면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보이스피싱 등 금융 사기에 악용되는 이른바 ‘대포폰’을 차단하기 위한 정부 조치다. 국민의힘은 “빈대를 잡겠다며 초가삼간을 태우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통신사 PASS 앱을 통해 얼굴 인증을 하는 모습. 채널A 보도화면 캡처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조용술 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통해 “범죄를 목적으로 한 이들에게 안면인식은 넘지 못할 장벽이 아니다. 범죄에 악용하려면 안면인식까지 거친 대포폰을 개통하면 그만”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조 대변인은 “더 큰 문제는 국가와 민간의 보안 역량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안면인식이라는 민감한 생체 정보 수집을 강행하고 있다. 이후 범죄단체나 적대 국가에 노출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그 피해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안은 명분일 수 있으나, 자유와 개인정보는 그 대가로 쉽게 포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과도한 안면인식 정책을 재검토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주진우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개별 동의 없이 국민의 초상권을 함부로 침범해서는 안 된다”며 “해킹으로 개인정보 털리는 통신사들을 어떻게 믿고 얼굴 정보를 제공하느냐”고 비판했다.

 

주 의원은 “외국인등록증으로 휴대전화 개설 시에는 아무 규제도 받지 않는다”며 “보이스피싱은 중국인 범죄 조직이 주로 관여되는데 우리 국민만 얼굴 인증을 의무화하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안전망도 없다”며 “얼굴 인증 의무제는 당장 폐지하라”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휴대폰 대리점 모습. 뉴스1

 

나경원 의원도 이날 “결과값만 남긴다고 해킹 위협이 사라지느냐”며 “앱을 통해 촬영하고 전송하는 그 찰나의 과정, 일치 여부를 판별하는 알고리즘 자체가 보안의 취약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나 의원은 “이미 딥페이크 기술로 안면인식을 뚫는 사례가 속출하고, 국가 전산망도 툭하면 뚫리는 판국”이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민간 앱을 통한 생체 인증 강제를 국민더러 무조건 믿으라 강요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그는 “비밀번호는 털리면 바꿀 수 있지만, 유출된 내 얼굴은 어쩔 셈인가? 해킹당하면 얼굴을 갈아엎는 성형수술이라도 하라는 뜻인가”라며 “그리고 번지수가 틀렸다. 보이스피싱과 대포폰의 온상은 외국인 명의 도용이나 조직적 범죄다. 이들은 이미 갖은 편법으로 규제를 우회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범죄자들은 유유히 빠져나가고, 애꿎은 우리 국민만 번거로운 인증 절차에 시달린다. 왜 기업의 관리 책임을 국민의 생체 정보로 때우려 하는가. 정부는 안면인식 의무화를 즉각 유보하고 철회해야 한다”며 “국민은 정권의 ‘실험 대상’도, ‘잠재적 범죄자’도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대포폰 근절을 위해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와 알뜰폰 사업자의 휴대폰 개통 절차에 안면인증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그간 휴대폰 개통 때 신분증만 제출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신분증 사진과 실제 얼굴을 실시간으로 대조하는 생체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번 조치는 23일부터 통신 3사의 대면 채널과 일부 알뜰폰(43개사) 비대면 채널에서 시범 운영되며, 내년 3월23일부터 전면 시행된다. 적용 대상은 신규 개통뿐만 아니라 번호 이동, 기기 변경, 명의 변경 등 모든 개통 업무를 포함한다.

 

일각에서 제기된 보안 우려에 정부는 “본인 여부가 확인되면 일치·불일치 결과값만 관리할 뿐, 촬영된 얼굴 사진 등 생체 정보는 별도로 저장하지 않는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정부는 시범 운영 기간인 내년 3월까지는 인증 실패 시 예외 개통을 허용하고 현장 안내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 오류 사례를 분석해 시스템 정확도를 높인 뒤 내년 하반기에는 외국인등록증과 국가보훈증 등으로 신분증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