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로 은행권이 사실상 대출 창구를 닫은 가운데 내년에도 가계대출 억제 가능성이 크다.
올해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분은 목표보다 7% 이상 적었는데, 금융당국은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2%로 제시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에서 올해 들어 이달 18일까지 늘어난 가계대출은 7조4685억원으로 나타났다.
은행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올해 증가액 한도 목표보다 7.4% 적은 수치다.
이는 하반기 은행권의 가계대출 규제 강도를 짐작할 수 있는 수치로, 이처럼 높아진 가계대출 문턱은 내년에도 크게 낮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주요 은행은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 맞춰 대출 총량을 줄여 철저하게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대출 억제 기조를 예고했다.
이 위원장은 앞선 18일 한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 경제의 부동산 문제는 잠재 위험이 매우 크기 때문에 내년에도 가계부채 관리가 불가피하다”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 낮게 설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전망한 올해 명목 GDP 증가율은 4%다.
한편 이미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이자 부담도 가중되는 모습이다.
5대 은행이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5년 고정형(혼합·주기형) 주담대로 빌려준 금액은 총 24조2759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가운데 금리가 연 2%대에 불과하던 2020년 말 혼합형 주담대로 돈을 빌린 사람들의 금리 재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혼합형 주담대는 대출받은 시점부터 5년 동안 금리가 고정된 뒤 변동금리로 바뀌도록 설계돼 있다.
2020~2021년 초저금리 시기에 1%대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던 차주들은 현재 4~5%대로 오른 금리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한 경제 전문가는 “금리 정상화 국면에서 레버리지를 과도하게 일으킨 차주들이 구조적으로 취약해졌다”며 “5년 혼합형이 변동금리로 전환되면 체감 이자 부담이 30~50%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