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특검’, 두려워할 일은 아니다 [종교칼럼]

통일교를 둘러싼 특별검사 도입은 이제 정치권의 공방 단계를 넘어 사실상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교유착’, ‘불법 정치자금’, ‘로비와 영향력 행사’라는 자극적인 언어들이 연일 공론장을 채우고 있고, 대통령실마저 특검 추진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미 정치의 시계는 돌이킬 수 없이 흐르고 있다.

 

이 지점에서 핵심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번 특검은 불법 행위의 ‘책임자’를 겨누는 것인가, 아니면 ‘종교 그 자체’를 심문대에 세우려는 것인가. 권력과 자금, 정치와 종교의 경계가 흐려졌다면 그에 대한 엄정한 수사는 민주주의의 자기정화 과정일 수 있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수사의 대상이고, 어디부터가 보호의 영역이냐는 데 있다.

 

헌법은 정교분리를 규정하면서 동시에 종교의 자유를 민주주의의 근간으로 보장한다. 정교분리는 종교를 억압하는 원리가 아니다. 오히려 정치가 종교를 도구화하지 못하도록 막는, 민주주의의 방어 장치다. 그럼에도 최근 통일교 특검을 둘러싼 정치적 언어들은 하나의 종단 전체를 ‘정치 개입 집단’, ‘게이트의 주체’로 일반화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매우 위험한 징후다.

 

만약 불법 정치자금이 있었다면, 그리고 특정 인물이 권력과 부적절한 거래를 했다면, 그 책임은 오직 그 행위자 개인과 직접 관련자에게 물어야 한다. 수백만 명의 평범한 신도들이 단지 '통일교'라는 이름만으로 의심의 대상이 되고 사회적 낙인과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면, 이는 수사가 아니라 ‘집단적 연좌’에 다름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통일교 신도들은 직장과 학교,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신앙을 숨겨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무슨 범죄를 저질렀단 말인가. 그들이 언제 정치 권력과 거래를 했단 말인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치의 태도에 있다. 정치는 과연 민주주의의 보루로서 종교를 살리고 있는가, 아니면 필요할 때 호출했다가 위기에 몰리면 희생양으로 내치는 방식으로 종교를 소모품처럼 생각하고 있는가. 정치가 종교를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순간, 종교는 더 이상 양심과 신념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의 부속물로 전락한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통일교는 지난 수십 년간 민족 통일과 세계 평화, 냉전 종식 이후 인류 공동체라는 거대한 담론을 붙들고 공개적으로 활동해 왔다. 한일 해저터널 구상, UN 제5사무국 유치, 국제 평화회의와 민간 외교 활동은 비판과 토론의 대상이 될 수는 있어도, 그 자체만으로 범죄가 될 수는 없다. 이러한 헌신적인 노력들을 단지 ‘이권 사업’, ‘정치 로비’라는 한 줄의 프레임으로 가둬버린다면, 이는 신도들의 순수한 신념과 삶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이제 특검이 시작되면, 사태는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다. 진보와 보수, 여야 양대 진영은 서로를 겨누며 이전투구에 빠질 가능성이 크고, 그 과정에서 통일교는 어느 진영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고립된 위치에 놓일 공산이 크다. 진보 진영은 통일교를 개혁과 청산의 대상으로 삼을 것이고, 보수 진영은 상대 진영을 공격하기 위한 전술적 소재로 활용할 뿐이다. 정치의 세계에서 통일교를 보호하는 일은 표도, 지지율도, 책임 회피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통일교와 신도들은 어디에 기대야 하는가. 정치권에서 ‘의로운 존재’를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해서 무방비로 내던져져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보호는 사람이나 진영에서 나오지 않겠지만, 원칙과 기준, 제도와 기록에서는 나올 수 있다. 헌법이 보장한 종교의 자유, 개인 책임의 원칙, 무죄 추정과 인권 보호라는 기준은 정치적 격랑 속에서도 쉽게 무너뜨릴 수 없는 방파제다.

 

바로 이 지점에서 통일교가 취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 분명해진다. 지금 이 국면에서 통일교가 해야 할 일은 자신을 지켜줄 권력을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자신들을 함부로 다루지 못하게 할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수사는 수사대로 받되 책임은 개인에게 한정돼야 한다는 원칙, 신앙과 신도는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기준, 종교 전체를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는 선례는 남겨서는 안 된다는 윤리적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국가는 오래 가야 하고, 정권은 바뀌어도 민주주의의 품격은 남아야 한다. 통일교는 지금, 스스로 신념에 찬 기준을 세워 정치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혼돈 속에서 통일교와 신도들이 견지해야 할 가장 냉철하고 존엄한 자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