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진실 명명백백히 밝히자” 특검 후보자 자격은 ‘정치적 중립’ 소수 종교 겨냥 ‘마녀사냥’ 없어야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윤영호 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가정연합·옛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정치권 로비 의혹을 수사할 특별검사 임명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의힘 등 야권의 특검 실시 요구를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던 종전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앞으로 여야 합의에 따라 특검팀이 출범하면 그간 제기된 의혹들을 대상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를 벌여야 할 것이다.
가정연합 관련 의혹은 올해 초 검찰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의 금품 수수 혐의를 수사하는 도중 처음 불거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윤 전 본부장과 김씨 사이에서 연락책 노릇을 하며 가정연합의 각종 민원을 김씨에게 전달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출범한 민중기 특검팀은 해당 의혹을 검찰에서 넘겨받아 계속 수사한 끝에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한데 “민 특검이 야당 정치인만 수사하고 여당 쪽은 뭉갰다”는 비판이 잇따르며 결국 새로운 특검 도입에 이르게 됐다.
이미 활동을 마쳤거나 곧 끝낼 3대(내란·김건희·해병) 특검은 모두 민주당 또는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조국혁신당이 추천권을 행사했다. 원내 2당이자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특검 후보자 추천에서 배제한 것은 위헌 소지가 매우 크다. 특검의 생명은 정치적 중립성에 달려 있다. 더욱이 앞선 3대 특검과 달리 이번 특검은 여야 모두를 겨냥해야 하지 않나. 향후 특검 후보자 추천 과정에서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등 일체의 정략을 버릴 것을 여야 모두에게 강력히 요구한다.
대통령실은 특검 도입을 환영한다며 “정치와 종교 유착 의혹 전체의 진상이 밝혀지고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번 파문의 본질을 정·교 유착으로 규정한 셈이다. 하지만 가정연합 한국협회는 지난 11일 입장문에서 “교단 차원에서 정치권력과 결탁하거나 특정 정당을 지원해 이익을 얻으려는 계획을 가진 적이 없다”며 이 사태의 본질을 “윤 전 본부장 개인의 독단적 일탈”로 규정했다.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간 이번 특검은 가정연합에 대한 어떠한 종교적 편견도 없이 오직 증거와 법리만을 좇는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길 바란다. 특검법 취지를 벗어난 별건수사를 하거나 소수 종교란 이유로 ‘마녀사냥’을 연상케 하는 거친 수사로 일관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