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합참의 MDL 기준 하향 지침, 일방적 영토 양보 아닌가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6월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침범 판단 기준을 바꿔 전방 부대에 하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MDL을 판단할 때 ‘한국군 군사 지도와 유엔군사령부(유엔사) 기준선이 다를 경우 둘 중 더 남쪽에 있는 것을 기준으로 하라’고 지침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군은 남북 간 이견이 있는 MDL 현실을 반영하고 전방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인해 MDL이 남쪽으로 수십m까지 후퇴한 경우도 있어 최전방 경계에 혼란이 우려된다. 더불어 우리 영토를 일방적으로 양보한 것은 아닌지도 의심스럽다.

MDL은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에 따라 남북이 MDL을 넘을 경우 군사적 충돌로 간주하겠다고 합의한 선이다. 문제는 이 MDL이 남북 군 당국은 물론 정전 관리를 하는 유엔사도 일부 구간에 대해 다르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군과 유엔사의 MDL 기준선은 절반 이상이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정전협정 직후 설치한 표지판 1292개 대다수가 유실돼 현재 200개 정도만 남았기 때문이다. 한국군과 유엔사의 MDL 위치 기준이 다르면 도발 판단이 달라져 대응 수위를 결정하기 어렵다. 북한이 침범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회색지대’가 넓어질 수 있다. 이런데도 합참은 MDL 지침 변경 과정에서 유엔사와는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이라면 안보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무책임한 처사다.



북한은 작년 4월부터 MDL 일부 근접 지역에서 전술 도로 구축, 철조망 및 지뢰 설치 등 각종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군의 지침 변경 이후 북한군의 MDL 월선 횟수는 더 증가하는 추세다. 군은 이번 조치가 북한군의 MDL 일대 활동을 묵인 또는 방조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나. 새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된 대북 유화책에 군이 동조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최근 비무장지대(DMZ) 출입 통제 권한을 두고 정부가 유엔사와 논쟁을 벌여 한·미동맹 균열 조짐까지 보인다. 합참의 일방적인 MDL 기준 하향 지침이 여러모로 안보 자해 행위라는 오해를 불러올 여지가 크다.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는 이해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북의 도발이 더 과감해질 수 있다. 철저히 원칙에 맞춰 대응해 나가야 한다. 북한도 우리 국방부가 MDL에 대한 구체적인 경계선 재확정을 위해 제안한 군사회담에 서둘러 호응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