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유엔사, 군사분계선 기준선 60% 불일치

北 잇단 침범에 충돌 우려 커
2026년부터 위치 일치 작업 추진

북한군 최근 2년 26차례나 침범
합참 “기준선 다를 땐 남쪽으로”
전방부대에 전파한 대응지침 논란

한국군과 유엔군사령부의 군사지도상 군사분계선(MDL) 기준선의 60% 정도가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군의 MDL 인접 지역 활동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러한 불일치가 적절한 대응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과 유엔군사령부의 MDL 기준선이 다를 경우 둘 중 더 남쪽의 선을 기준으로 북한군의 MDL 침범에 대응하라는 지침을 전방 부대에 전파해 북한에 유리하게 MDL 적용하고 있다는 논란을 낳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국방부 및 합참 관계자에 따르면 MDL은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 체결로 설정된 휴전선으로 당시 설치한 1292개 표지판 중 상당수가 유실돼 200여개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군은 해당 표지판과 유엔사 지도를 기준으로 군사지도에 MDL을 표기했고, 유엔사는 1953년에 표시한 지도와 현장에 있는 말뚝을 고려해 기준선을 잡으면서 지역에 따라 많게는 수십m씩 차이가 발생했다. 합참 관계자는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우리 군사지도는 2004년 미국 국가정보지리국(NGA)에서 실제 지형에 맞게 만든 걸 적용해 2014∼2015년 한 번 업데이트한 것이고, 유엔사에서 만든 것은 2016년쯤 새로운 기준선들을 연결해서 만든 것”이라며 “그 사이 과학기술 발달 등으로 인해 차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현재 기준으로는 일치하는 지점보다 불일치하는 지점이 더 많아졌고, 불일치 지점이 60%가량 된다고 밝혔다.

 

우리 군과 유엔사의 기준선이 다르다 보니 북한군이 MDL을 넘어와도 판단이 엇갈릴 수 있다.

 

합참 공개한 철조망 넘은 북한군 병사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3월 공개한 사진에 철조망을 넘어 동부전선 임시초소 경계근무에 투입되는 북한군 병사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합참 제공

이런 가능성은 북한군의 MDL 인접 지역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다. 합참은 지난해부터 북한군이 작업 과정에서 26차례 MDL을 침범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번, 올해 17번이었다. 한국군은 MDL 일대 작업 시 경고방송을 약 2400회 실시했고, MDL 침범으로 판단되는 지역에 북한군이 진입해 작업해 총 36차례 경고사격했다. 이후 북한군은 모두 MDL 북쪽으로 이동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지 않았다. 북한은 2023년 12월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선언한 후 지난해 4월부터 MDL과 가까운 곳에서 불모지를 조성하고, 전술 도로를 만들거나, 철조망과 지뢰를 설치하는 등 ‘국경선화’ 작업을 진행했다. 올해는 전방 10여곳에서 3∼11월 해당 작업을 했다.

 

우리 군과 유엔사의 기준선이 다를 경우 더 남쪽 선을 적용하라는 지침은 남북한의 우발적인 군사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우리 군의 설명이다. 합참은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의 정전협정 위반행위 발생 시 현장 부대의 단호한 대응과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지난해부터 현장의 ‘식별된 MDL 표지판’을 최우선 적용하되, MDL 표지판이 식별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군사지도상 MDL과 유엔사 MDL 표지판 좌표의 연결선을 종합 판단해 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군이 우리 군사지도상으로는 MDL을 침범했는데, 유엔사 기준선으로는 넘지 않았을 경우 유엔사 기준선을 고려해 작전적 조치를 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유엔사 기준선을 넘었지만, 우리 군의 군사지도상 MDL을 넘지 않았으면 군사지도상 MDL을 고려해 조치하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해 6월 변경 지침을 하달해 전방에서 적용해왔고, 올해 9월 작전 관련 지침서에 공식 반영했다”며 “북한군이 주간에 노출된 환경에서 MDL 근접활동을 하는 지역에 한정하며 소극적 대응을 위해 작전 절차를 변경하거나 북한군에 유리하게 MDL을 적용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군 당국은 지난달 북한에 MDL 기준선 설정을 위한 논의를 고리로 군사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우리 측과 북한이 인식하는 MDL에 차이가 있다고 보고 이를 다루는 대화를 제안한 것인데 북측은 응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