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요리 인생은 화려한 출발과는 거리가 멀다. 청소년기 맞벌이 부모 아래에서 자라며 자연스럽게 스스로 끼니를 해결해야 했던 시간이 시작이었다. 김치찌개를 끓이고,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먹던 일상 속에서 그는 요리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을 키워갔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요리가 아니라 나를 살리기 위한 요리였다. 그 경험은 그를 요리의 세계로 이끌었고 결국 그는 대학에서 조리를 전공하는 길을 선택했다.
백석문화대학 호텔조리과에서의 시간은 요리를 ‘기술’로 인식하게 만든 첫 단계였다. 이후 306보충대 취사병으로 복무하며 단체 급식이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주방을 경험했다. 개인의 취향보다 정확성과 책임이 우선되는 공간에서 수많은 사람의 하루를 좌우하는 식사를 준비하는 경험은 그에게 요리에 대한 또 다른 관점을 남겼다. 요리는 결국 누군가를 배불리게 하는 일이며 동시에 책임을 동반한 노동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익힌 시간이었다.
그의 직업 철학은 단순하지만 단단하다. 이 직업으로 보람을 느끼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요리를 지나치게 낭만화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일을 하되 삶이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기준은 그의 요리를 더욱 지속 가능하게 만든다.
시미베의 시그니처 메뉴인 사시미 케이크는 이 셰프의 성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요리다. 간표마키(박고지마키)와 갓파마키(오이마키) 위에 여러 종류의 사시미를 케이크처럼 쌓아 올린 이 메뉴는 김초밥 위에 사시미를 곁들여 먹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형태는 낯설지만 맛의 구조는 익숙하다. 시각적인 재미와 먹는 즐거움을 동시에 고려한 결과다. 명란청어구이는 재료에 대한 그의 집요함을 드러낸다. 청어의 내장을 제거한 뒤 명란을 채워 구워내는 이 요리는 배 쪽에 들어간 명란이 청어의 기름에 쪄지듯 익어 깊은 풍미를 낸다. 단순한 술안주로 소비되기엔 아까운 완성도 높은 한 접시다.
이외에도 시미베 메뉴에는 국적을 특정하기 어려운 요리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양고기 미트볼, 쌀국수 초고추장에 재운 항정살 등 다양한 요소들이 술과 어울리는 방식으로 재해석된다. 이 모든 메뉴의 공통점은 하나다. ‘셰프가 좋아하는 요리’라는 것이다. 이 셰프는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음식을 보기 좋게만 만들어내는 것은 스스로에게 잘못이라고 말한다. 좋아해야 집중할 수 있고 즐거워야 더 깊이 파고들 수 있으며 그래야 결과 역시 설득력을 갖는다고 믿는다.
그의 기억 속 가장 오래 남아 있는 음식은 김치볶음밥이다. 초등학교 4학년 시절 봉사활동을 하러 병원에 갔다가 내성적인 성격 탓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돌아섰던 날, 버스비로 군것질을 해버렸고 집에 돌아갈 돈이 없어 6시간 30분을 걸어 귀가했다. 그날 어머니가 해주신 김치볶음밥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 경험은 요리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위로이자 안전한 귀환이라는 사실을 그의 마음속에 새겼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그는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다. 면과 국물 요리를 좋아하는 그는 면이 메인인 밥집을 차려 직영으로 운영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동시에 주 4일만 운영하는 오마카세 집을 열어 주변 사람들에게 요리를 대접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도 그의 바람이다. 규모의 확장보다는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방식의 요리를 선택하고 싶다는 뜻이다.
그가 생각하는 요리는 결국 ‘행복’이다.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행복, 요리를 만드는 행복, 먹는 행복, 나누는 행복, 대접하는 행복 등 그 모든 과정이 하나로 이어질 때 비로소 요리가 완성된다고 믿는다. 이 셰프가 느끼는 셰프라는 직업의 매력은 다양성에 있다. 다양한 요리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해 배우고 같은 레시피라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미베의 접시 위에는 오늘도 그 다양성이 담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요리를 통해 삶의 균형과 행복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이 셰프의 태도가 놓여 있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